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정부 가격 인하 압박 이어 환경규제구매비·전기료 상승 공장 가동률 낮춰
  •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시멘트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시멘트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시멘트 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업계의 경기부진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생산량 감소, 환경투자 부담, 전기료 인상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4500만t으로 예상되던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35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1998년 국제금융기구(IMF) 외환위기 당시 내수 출하량이 4462만t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적고 1990년 3390만t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올해 시멘트 출하량이 역대급으로 줄어든 요인에는 건설산업의 부진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해소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올해 1~10월까지 누적 인허가 물량은 24만5000가구로 작년에 비해 19.1% 감소했다.

    건설경기가 반등 요인을 찾지 못하자 주요 시멘트업체들도 잇따라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내년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올해보다 더 낮은 4000만t 수준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약 1조원 줄여 건설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올해 정부는 건설산업 안정을 위해 민관 협의체를 출범하고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정부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 지원 등을 내세우며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해 시멘트업계는 난색을 보였다. 시멘트 가격을 10% 내려도 공사비는 0.08% 인하에 그쳐 효과가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가격 인하 압박에 이어 각종 환경규제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9월 환경부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축소에 관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환경부의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예상돼 업계에는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의 생산공장 책임자가 기준 완화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발표했고 환경부는 시멘트업계와 논의를 통해 완화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재 정국 혼란으로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미국발 트럼프 리스크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환율상승도 시멘트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 시멘트 가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구매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현재 비수기라 영향이 덜하지만, 내년 유연탄 연간계약을 앞둔 상황에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10.2% 인상되며 생산 원가 비중에서 전력비가 유연탄을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지속되자 주요 업체들도 속속 킬른(소성로)을 가동 중단하고 있다. 킬른은 시멘트 생산의 핵심 시설로 1500℃ 이상의 온도로 24시간 가동돼야 하므로 한번 가동을 중단하면 손해가 막대하다.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가격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환경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니 내년 운영 계획이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긴축재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