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등 빅테크 자체 AI칩 개발 열풍脫엔비디아 속도… 차세대 기판 수요 늘듯신호 전달 속도와 전력 효율 높일 수 있어인텔, 브로드컴 유리기판 도입 검토 중SKC "25년 상반기"·삼성전기 "26년 이후" 中 디스플레이업체 BOE도 참전…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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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시장을 독점 중인 엔비디아를 견제하고자 미국 거대기술(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자체 AI 칩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구글의 TPU, 메타의 ‘MTIA’, 아마존웹서비스의 ‘트레니이니엄’, AMD ‘인스팅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맞춤형 반도체(ASIC)에 강점을 지닌 브로드컴 또한 구글과 메타, 바이트댄스와 AI 반도체 개발을 공식화하기도 했다.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로의 종속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AI 공급망 구도는 반도체 설계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엔비디아가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AI 개발을 전적으로 엔비디아에 의존해야 한다. 학습용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맞설 적수가 없다는게 AI 반도체업계의 시각이다.AI 열풍에 따라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품귀 현상은 물론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력 AI칩인 ‘H100’의 가격은 개당 4만달러(약 58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지는데,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올 들어 빅테크들의 자체 AI 칩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자체 AI칩 개발이 확대되며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도 주목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에 있는 플라스틱 기반의 중심부를 글라스로 바꾼 제품이다. 판 표면이 매끄러워 회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반도체 패키징 두께를 4분의 1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반도체 기판보다 발열이 적고 소비 전력도 30% 이상 줄여줘 ‘꿈의 기판’이라 불린다.최근 브로드컴은 자사 칩에 유리기판을 적용하기 위한 성능 평가를 진행, 여러 유리기판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AMD도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기판 업체들과 유리기판 성능 평가를 진행했으며, 앞서 인텔 또한 10억달러를 투자해 2030년 유리기판 상용화를 목표로 내건 상태다. 최근 국내외 주요 협력사들에게 소재·장비를 발주하는 등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국내 기업 중에서는 SKC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유리기판 개발에 나서고 있다.SKC는 현재 유리기판 시장 선점이 가장 유력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1년 유리기판 사업 추진을 공표한 이후 앱솔릭스를 설립하고 꾸준히 상업화를 준비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빅테크 기업들로부터의 인증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앱솔릭스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7500만달러를 지급 받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생산과 연구개발(R&D) 보조금을 확보하게 됐다.삼성전기는 올해 초 ‘CES 2024’에서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올해 파일럿 라인 구축, 2025년 시제품, 2026년 양산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연내 세종사업장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 구축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LG이노텍도 대용량 반도체에 대응할 수 있는 기판으로 유리기판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내 ‘반도체 기판용 글래스 코어 개발’ 직무 인원을 충원하는가 하면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들과의 협력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업계에서는 유리기판 시장 개화가 3~6년 남아있다고 보고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시장 성장세가 전망되면서 중국 등도 유리기판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는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기판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양산 목표는 2026년으로 국내 기업들과 비슷한 시점이다.시장조사기관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2300만달러(약 314억원)에서 연평균 약 5.9%씩 증가해 2034년 42억달러(약 5조735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