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위원장 "빨리 사법리스크 해소 됐으면"연간보고서, 10월 준감위 이어 연속 언급위기 상황속 책임경영 주문내년 2월 항소심 이후 3월 정기주총 복귀 기대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DB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재차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삼성전자 상황의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예고된 2심 선고에서 이 회장의 경영 복귀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공개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면서 “(책임 경영의) 전제로서 빨리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부나 외부의 모든 분들이 볼 때 정말 등기이사를 함으로써 책임경영을 하는구나…”고 말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9년째 이어지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100차례 넘게 법정을 오간 결과 경영 공백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위기가 불거졌다고 봤다. 올해 하반기 들어 준감위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 위원장은 그간 꾸준히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등재를 통한 책임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간격이 최근 부쩍 잦아졌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10월 15일 준감위는 ‘2023 연간보고서’를 펴내며 “삼성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의 약화, 인재 영입의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면서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며칠 뒤 이 위원장은 준감위 정례회의 직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도 책임경영을 위해 빠른 시일내 등기이사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위원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책임경영 등 리더십 강화 주문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과 직결된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기술 경쟁력 저하와 실적 부진으로 삼성은 올해 유독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내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앞다퉈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을 낮춰잡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이 반도체·휴대폰·가전 등 전 영역에서 저가 판매 공세를 펼치는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한 관세폭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부진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미등기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지 않아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임원을 뜻한다.

    이 회장은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금도 경영상 법적 책임은 지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을 만나며 실질적인 경영 활동도 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포함되지는 않는다. 이사회가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기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야만 준감위가 언급한 책임경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을 신설하며 컨트롤타워 재건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보다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아직 구체적인 역할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문 컨설팅 조직에 가깝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계열사가 요청하면 경영·조직·업무를 진단하고 개선안 도출을 돕는 식이다. 결국 대규모 투자나 사업구조 재편, 미래전략 발굴엔 빠른 의사 결정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년 2월 3일 예상된 2심 선고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데 걸림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인사 안건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정관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는 ‘사업연도 종료 후 3월 이내’에 소집한다. 올해에는 3월 20일에 개최됐고, 직전 연도에는 3월 15일 열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2심 선고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등기임원이라고 해 책임경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안 팎의 우려가 사그러들고 있지 않은 만큼 확실한 책임경영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