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에 실적 타격레고랜드 사태 촉발로 유동성 위기 가시화내년 걱정하는 목소리 커지며 '위기 관리'
  • 증권업계 분위기가 흉흉하다. 불어닥친 증시 한파에 실적은 무너져 내리고,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되면서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반기 실적 쇼크가 기정사실인 분위기 속에 내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증권사는 삼성증권·NH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현대차증권·하이투자증권·BNK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 정도를 제외하곤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의 실적을 받아들었다. 

    예년에 비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기조 영향으로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하는 채권 부문 평가 손실로 인한 실적 타격도 적지 않다.

    그간 실적 효자 노릇을 해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도 증권사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 조달 비용이 늘었고, 고물가로 공사비가 증가해 부동산 개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PF 여파로 채권시장 위기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부진에 그나마 하반기를 기대해왔던 증권사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자금난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PF 대출이 몰린 중소형 증권사의 매각설 등 각종 루머도 돌고 있다. 일부 중소형사는 내년 1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산이나 회생 절차에 직면하는 수순이 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예상도 나온다.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에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3분기는 물론 4분기 역시 반전 카드가 부재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로 인한 증시 부진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연말 실적은 물론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한창인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우호적 환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9월부터 임원 월급 20%를 지급 유보하고, 지원부문과 영업부문 업무추진비를 최대 30% 삭감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도 위기가 도미노처럼 전이될까 노심초사하면서 자체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앞서 대형 증권사들은 1조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전용 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한 바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좋을 게 없는데 내년은 더 어렵다 하니 신년 전략 수립 회의 때마다 분위기가 침울하다"면서 "올초부터 전사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왔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이라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고, 부동산PF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증권사들의 대출 자산 및 향후 IB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로 반영됐다"면서 "금리 상승과 경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 미매각 수익증권의 평가 손실 우려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