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건설사 '원팀 코리아'…2030년까지 프로젝트 발주삼성물산·현대건설 10억불 규모 '더 라인' 터널공사 수행대우건설·희림 중동사업 실적·기술력 강점…정부 지원 절실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원 팀 코리아' 관계자들이 네옴 CEO와 면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원 팀 코리아' 관계자들이 네옴 CEO와 면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오는 17일 방한하는 가운데 '네옴시티' 등 메가프로젝트 수주에 한국기업들이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터널공사를 시공중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건설사를 필두로 국내 여러기업의 참여가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하려면 정부의 적극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000억달러(한화 661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해외사업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사우디를 찾은 '원팀 코리아'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삼성엔지니어링, 한미글로벌,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건축 등 12개 건설관련 기업이 참여해 적극적인 수주 지원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첨단 미래신도시. 전체 부지 면적이 서울의 44배인 2만6500㎢에 달한다. 핵심 주거단지인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주거단지인 더 라인은 500m 높이에 두 개의 건축물(미러라인)이 170㎞가량 평행하게 뻗어 있는 웅장한 형태를 이루게 된다. 건물외벽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유리로 지어져 태양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완공시 최대 600만~90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네옴시티 관련 발주물량은 134억달러 규모로 오는 2030년까지 프로젝트 발주가 4~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아직 사업 초창기이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액은 약 10억달러 규모로 2025년 12월까지 산악지역 지하에 총 28㎞중 12.5㎞ 구간의 터널을 뚫게 된다.

    이들 회사는 크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해 스페인 악시오나, 인도 라르센&투브로, 스페인 FCC건설, 중국 국영건설공사 등을 제치고 사업자에 선정됐다. 또한 한미글로벌은 230만 달러 규모의 더 라인 마스터플랜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사들의 네옴시티 사업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원팀 코리아에 참여한 기업들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의 프로젝트 수행경험과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문중 하나는 모듈러 사업이다. 모듈러 공법은 기둥, 슬라브, 보 등 주요 구조물의 70~80%를 외부공장에서 선 제작한뒤 현장으로 운송 조립해 건축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네옴시티 ‘더 라인’은 건물 일부가 모듈러 방식으로 설계된다. 먼저 건물의 기본 골조를 세운뒤 모듈러 방식으로 제작한 시설을 장착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듈러공법은 공사기간을 20~50%가량 단축시킬 수 있어 해외건설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며 “특히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경우 더운 날씨로 인해 난방에 취약한 모듈려방식의 단점이 상쇄되고 현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최근의 탈현장화(OSC·Off-Site Construction) 트렌드에 맞춰 모듈러 관련기술의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 국내 건설사중에서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모듈러의 상품성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개발을 수행중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은 13층 높이의 국내 최초 중고층 모듈러주택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 코오롱이앤씨는 서울대병원 문경 음압병동 건축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 22일만에 준공하는 성과를 냈다.

    중동지역에서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우디에서 아람코가 발주한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등 3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이라크에서도 항만 인프라 조성사업을 맡는 등 중동사업 실적으로는 국내 톱 티어"라며 "다만 아직 사업 초창기인 만큼 네옴시티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8월 개최된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회사 차원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며 사업 참여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기술력과 중동사업 수행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희림 관계자는 "설계와 CM(건설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DCM(Design Construction Management) 서비스를 통해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의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사우디측에 어필했다"며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의 수주실적과 경험, 현지 네트워크도 우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옴시티 사업은 아직 발주 초기 단계로 국가 간 정치적·정무적 협의 결과에 따라 수주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현재 상황을 '웜업(warm-up)' 단계로 보고 세부적인 수주전략을 내세우기보다는 빈 살만의 방문과 추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동사업의 경우 중국 등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고 저가수주, 대관비 등으로 마진율이 낮아 정책적 서포트가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네옴시티사업은 워낙 큰 규모라 국가간 외교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어 정부의 추가지원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뒤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2019년 6월 이후 3년5개월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차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