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협회 등 5개 단체 공동성명…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요구국토부-화물연대 첫 교섭 예정…강대 강 대치속 난항 예상459개 현장중 과반 레미콘 타설 중단…타업종 연쇄 피해 우려
  • ▲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127 ⓒ연합뉴스
    ▲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127 ⓒ연합뉴스
    건설·자재업계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와 관련,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특히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며 신속한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운송차량 운행중단으로 시멘트 등 건자재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공사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 5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건설·자재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유동성 부족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엄중한 경제위기속 화물연대는 6월 운송거부에 이어 또다시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고 이로인해 국내 모든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해있으며 국가 기반산업인 건설·자재업계의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즉시 복귀해야 할 것을 호소했다.

    단체들은 "집단운송거부는 비노조원의 노동권, 건설·자재업계 종사자의 생계, 국가 물류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을 볼모로 국가 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명분 없는 이기주의적 행동"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과 근로자가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법적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처도 촉구했다.

    단체들은 "화물연대의 비노조원 차량 운송방해나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는 노동 관련 단체들이 불법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골몰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를 예외 없이 사법조치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의 횡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도 천명했다.

    단체들은 "공정과 상식의 토대 위에서 기업을 영위하고 국민 주거안정과 사회 기반시설을 만드는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집단운송거부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신속히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 국가 물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업무개시 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됐다. 국무회의에서 명령이 의결되면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거부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육상화물 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위기경보 단계가 최상위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정부의 대응체계가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강화된다.
  • ▲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 세워져 있는 레미콘 차량. 221127 ⓒ연합뉴스
    ▲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 세워져 있는 레미콘 차량. 221127 ⓒ연합뉴스
    한편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 이후 첫 교섭을 진행한다. 양측의 공식 대화는 15일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 측은 "화물연대의 합리적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안전운임제 제도 개선과 관련해 화주, 운송사, 차주 간 협의체 등을 통해 지속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영구화 △적용 대상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 철강·자동차·위험물·사료(곡물)·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6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길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올해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3년 연장 방침으로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적용된 적용 품목을 자동차 등으로 확대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해왔지만, 여전히 국토부가 구체적인 대안 없는 말만 지속하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협상안을 만들어 오겠다고 통보해 교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유지하더라도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히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29일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 입장 차가 워낙 커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면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급감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전날 전국 곳곳에서 전체 조합원의 25%인 4300명(정부 추산)이 참석해 집회를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2.6%로, 항만 운영에 별문제가 없다. 다만 전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208TEU로, 평시(3만6824TEU) 대비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10만3000t의 시멘트를 출하할 계획이었으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9% 수준인 9000t에 불과했다. 시멘트업계는 464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레미콘 업계는 더 급박한 상황이다. 파업 이전부터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시멘트 저장 시설이 있는 오봉역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운행이 중단되면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멘트 수급이 어려웠는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쳤다"며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이 중단돼 대부분의 건설현장 공사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설을 앞둔 건설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459개 건설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개 현장에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타설 외 다른 공정은 진행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공기가 늘어나는 등 공사 전반에 차질이 빚을 가능성이 크다.

    삼표산업 성수 공장 철수 이후 레미콘 공급 부족에 시달려온 서울 세운지구 등 사대문 안 공사현장도 화물연대 파업 여파까지 더해 공사 중단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가 중단되면 철강, 마감재, 전기, 기계 등 다른 업종까지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건설자재를 미리 입고시켜 둔 것으로 다음 주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그 이상 길어지면 현장 곳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