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 내달 6일 오후 선고 공판2017년 이혼 조정 신청 이후 5년만재산 분할 규모 1조… 재판부 판단 이목 쏠려상속 및 SK 성장 기여도가 판단 가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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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절차가 5년 만에 마무리 된다.

    4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는 오는 6일 오후 1시 50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지 5년 만이다. 이번 이혼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조 단위에 달하는 재산분할로 번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조정은 정식 재판을 치르지 않고 부부가 법원 조정에 따라 협의 과정을 통해 이혼을 결정하는 절차다. 양측이 합의하면 정식 재판을 치르지 않고 이혼이 결정된다.

    이후 2019년 11월까지 진행된 4차례 변론기일까지 노 관장은 '이혼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이혼 소송은 노 관장이 맞소송을 제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노 관장이 입장을 선회해 이혼과 함께 위자료 및 재산 분할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면서 가정법원은 사건을 지금의 합의부로 이송했다. 이혼 소송에서는 청구 금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합의부가 맡아서 심리한다.

    노 관장 측은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29%에 대한 재산 분할을 청구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42.29%(약 548만 주)는 전체 SK 주식의 약 7.4%에 해당되며 28일 종가(22만4500원) 기준 약 1조1535억원에 이른다.

    이혼 절차에서 위자료및 재산분할 청구는 비일비재한 만큼 특별한 사안이 아니지만, 상속재산(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금액이 워낙 큰데다 SK그룹의 지배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재산분할의 경우 부부공동생활 중 형성한 재산과 유지한 재산이 분할의 대상이 된다. 혼인기간과 재산형성 기여도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법원이 판단한다.

    노 관장 측은 29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기에 분할대상이라 주장하는 상황이다. 소송 기간 동안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SK그룹 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적극 어필하며,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SK 사업 성장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의 기여도 인정 여부 등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을 청구한 SK주식은 상속증여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최 회장은 1994년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지분이라 주장하고 있다. 노 관장은 ‘경영 기여도’가 없어 회사 지분이 재산분할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

    재계에서는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추진한 인수합병 및 일부 사업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시절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워 노 관장의 재산기여도가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SK그룹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공(SK이노베이션)과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인수가 대표적이다.

    우선 유공 인수는 1980년대로 SK그룹 창업자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10여년간 준비한 일로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이후 SK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 사업을 준비한 SK그룹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지만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오히려 정경유착에 대한 오해를 우려해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SK그룹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민영화되는 한국이동통신을 시가를 뛰어넘는 비싼 가격에 인수하며 정보통신 사업 진출이라는 숙원 사업에 결실을 맺게 된다.  

    당시 상장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8만원 수준이었는데 민영화 소식과 함께 3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SK그룹 내부에서는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고 최종현 회장은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합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결국 SK그룹은 정유와 이동통신 인수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