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빅스텝·점도표 상향…산타랠리 기대 꺾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50bp 인상)을 밟으며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섰다. 다만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을 시장 예상보다 높은 기존 4.6%에서 5.1%로 상향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쏟아지면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에 산타랠리를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은 13~14일(현지시각) 열린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75~4.0%에서 4.25~4.5%로 50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회의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지만 이번엔 인상 폭을 소폭 줄였다.

이번 FOMC에서의 금리인상 속도도절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전월보다 0.1% 각각 올라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결과가 나오는 등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점도표다. FOMC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 금리를 기존 4.6%에서 5.1%로 높였다. 오는 2024년 금리는 3.9%에서 4.1%로, 2025년 금리는 2.9%에서 3.1%로 올려 전망했다. 위원 19명 중 10명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로 예상했다. 4.75~5.00%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연준의 경제전망도 변경됐다. 지난 9월에는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로 각각 0.2%, 1.2%를 예상했는데, 각각 0.5%로 조정됐다. 올해는 상향 조정됐지만 내년은 0.7%포인트나 하향된 수치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과열됐다고 진단하면서 "역사는 너무 이르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면서 "여전히 갈 길이 좀 남았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을 위해 더 많은 증거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승하던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회견 직후 하락 전환했다.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2%, S&P500 지수는 0.61%, 나스닥 지수는 0.76% 내렸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이란 전망은 최근 순항하던 뉴욕 증시를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렸다.

코스피도 이날 전일 대비 0.64% 하락 출발해 2380선으로 뒷걸음쳤다. 오전 9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보다 0.44% 내린 2388.80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FOMC 결과에 산타랠리 기대감도 꺾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인상 부담은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상방을 누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와 FOMC 이벤트 이전에 시장이 기대하고 있었던 본격적인 산타랠리가 전개될 여지는 크지 않다"며 "다만 올해 남은 기간 대형 매크로 이벤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국내,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중립 이상의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더 이상 통화정책 완화, 금리인하 기대를 키워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향후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보다 경기상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라며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기대에 10~11월 상승세를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는 하방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주식 비중 축소, 현금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며 "포트폴리오 투자 관점에서는 배당주와 방어주 비중 확대는 유효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