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직격탄… 수출 -4.5%·설비투자 -2.8%소비 2.5%↑, 올해 절반 수준… 물가, 당분간 5%대 고공행진역대급 고용한파 우려… 희망퇴직 삭풍·대기업發 채용시장 급랭
  • 저성장.ⓒ연합뉴스
    ▲ 저성장.ⓒ연합뉴스
    내년 세계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내다봤다. 특히 고용한파가 매서울 전망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의 8분의 1토막에 불과하다.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소비자물가는 3.5% 상승할 거로 분석했다. 올해 5.1%보단 1.6%포인트(p) 낮다. 다만 한국은행은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에도 상당 기간 5% 수준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전망한 1.7%,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상한 1.8%보다도 낮춰잡은 것이다. 다만, 이달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전망한 1.5%보다는 0.1%포인트(p) 높다.

    2.0%를 밑도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영향을 받은 1980년(-1.6%)을 제외하면 없었다. 그만큼 내년 경제가 녹록잖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6월(2.6%)보다 0.1%p 내린 2.5%로 수정했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과 경제 심리의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경기둔화 우려' 진단은 7개월째 이어졌다.
  • 채용 게시판.ⓒ연합뉴스
    ▲ 채용 게시판.ⓒ연합뉴스
    더 심각한 것은 고용시장이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폭을 10만명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증가폭(80만명)의 12.5%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달 KDI가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전망한 8만4000명보다는 많지만,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거로 전망한 셈이다.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한 2020년(-22만명) 이후 최소를 기록하게 된다.

    실업률은 3.2%로 올해(3.0%)보다 소폭 오른다. 감원 칼바람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던 은행권에도 희망퇴직 삭풍이 분다. 우리·NH농협·수협은행 등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만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2400여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취업정보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다.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36.7%가 내년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줄이거나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았다. 내년 대기업 채용시장이 혹한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내년 설비투자는 마이너스(-)2.8%를 기록할 거로 예상됐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9.0% 증가했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사적으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10조원대 후반인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건설투자는 -0.4%로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거로 관측됐다. 부동산시장 급랭에 미분양 증가, 건설사 자금조달 애로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금의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계·철강산업도 자본조달비용 상승 등이 투자여력을 제한할 것으로 분석됐다.
  • 물가.ⓒ연합뉴스
    ▲ 물가.ⓒ연합뉴스
    내년 소비자물가는 3.5% 상승할 거로 전망됐다. 올해(5.1%)보단 낮지만, 상반기까진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로 예상된다. 한은은 20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하겠지만, (속도는 더뎌) 당분간 5% 내외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민간소비 증가는 2.5%다. 이는 올해(4.6%)보다 2.1%p 낮다. KDI 전망치(3.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 수출(통관 기준)은 내년 4.5% 역성장할 거로 분석됐다. 수출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 10월 5.7%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4.0% 줄었다. 수출 부진에 10월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5% 줄어 코로나19로 경제 타격이 본격화했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상가상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내년 수요 둔화로 본격적인 빙하기에 들어설 거로 예상돼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반도체 매출이 올해 4.4% 증가에서 내년 -4.1%로 급락할 거로 예측했다.

    다만 올해 19.2% 증가했던 수입이 내년 -6.4%로 반락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돼 상품수지는 230억 달러, 경상수지는 210억 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220억 달러)보다는 소폭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