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低下高' 가속… KDI, 올 성장률 1.8% '유지'

경기둔화 심화에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했다. 상반기 경기둔화가 심화하겠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해 하반기 회복세가 빨라질 거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거로 내다봤던 취업자 증가 폭도 8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KDI는 9일 내놓은 2023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 상반기 경기둔화가 심화한 후 하반기부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거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과 같은 1.8%를 유지했다. 이는 한국은행(1.7%)과 정부(1.6%)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KDI는 상반기(1.1% 성장) 경기둔화 폭이 종전 예상보다 더욱 깊어질 거로 봤다. KDI는 7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한층 어두워진 진단을 내놨었다.

KDI는 기존 전망보다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거로 분석했다. 최근의 '난방비 폭등' 사태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반영해 소비 증가율을 기존 전망(3.1%)보다 낮은 2.8%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보다 0.3%포인트(p) 올려잡은 3.5%로 예상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3.4%로 0.1%p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 등에 반영되면서 물가 불안을 키울 것으로 봤다.

다만 KDI는 하반기(2.4% 성장) 회복속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거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 반등하며 수출 부진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로 말미암아 서비스 수출을 중심으로 총수출(1.8%)이 늘어날 거로 전망했다. 상품수출(1.1%) 전망도 종전보다 0.1%p 올려잡았다.

경상수지도 수출 회복과 수입가격 내림 폭 확대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275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종전(160억 달러)보다 115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설비투자는 종전보다 0.4%p 상향한 1.1% 증가를 점쳤다. 반면 건설투자는 0.2% 증가에 그칠 거로 예상했다. 부동산경기 하락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면서 기존 전망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거로 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유커 유입과 국내 대면서비스업 호조세를 반영해 종전 8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2만 명 늘려 잡았다.

다만 KDI는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고물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미국의 긴축이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쥔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충분히 제어되지 않거나 중국의 부동산시장 침체가 확산할 경우를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내림세가 제한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