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공정 한계 극복 및 비용 절감 이점TSMC-인텔-삼성, 후공정 기술 확보 속도글로벌 시장 연평균 4% 성장… 수요 지속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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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기술 경쟁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초미세공정에 함께 패키지에도 투자 확대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차세대 패키징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술 경쟁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전공정을 마친 칩을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세화 속도가 둔화되면서 패키지 기술로 성능을 개선 및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미세 공정을 추가로 전개할수록 전공정 중에서 노광공정에 대한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고 공정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인 ASML의 EUV 장비는 2022년 3분기 매출 기준 장비 1대당 ASP가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업체들이 전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후공정 기술을 통한 성능 개선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운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TSMC가 애플 AP를 독점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키징 기술을 통해 원가절감을 했기 때문"이라며 "TSMC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는 PCB(인쇄회로기판)를 사용하지 않고 공정 횟수를 단축해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업 VLSI 리서치에 의하면 2021년 Assembly(패키지) 장비 시장 규모는 65억 달러(9.5조 원)으로 테스트 장비 시장 규모 58억 달러(7.6조 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시장 성장은 패키지 장비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징 세계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연평균 4.84% 성장을 보였다. 오는 2024년에는 84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지난 2016년 131억 달러에서 연평균 4.8% 증가해 2024년에는 170억 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20% 수준으로 예측됐다.  

    TSMC는 2022년 3월 AMD의 고성능 컴퓨팅(HPC)용 CPU를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 적층 패키지 기술로 양산했다. TSMC는 칩 사이 간격을 종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전기 전도를 올리면서 속도를 올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하이브리드 패키지 기술로 고성능 슈퍼컴퓨팅 시장의 공략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인텔은 레이크필드(Lakefield) 프로세서에 포베로스(Foveros) 3D 기술을 탑재해 새로운 프로세서 카테고리를 제시했다.

    포베로스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서 구축 방식이다. 다양한 IP가 옆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 켜켜이 쌓이는 것이다. 하나의 칩을 기존 팬케이크 형태가 아닌 1 밀리미터 두께의 레이어를 쌓은 밀푀유(크레페케이크) 형태로 패키징한다.

    포베로스의 첨단 패키징 기술로 인텔은 다양한 메모리 및 I/O 요소를 갖춘 기술 IP 블록을 작은 크기의 패키지에 담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보드 크기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설계된 최초의 제품이 인텔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한 인텔 코어(Intel Core) 프로세서인 ‘레이크필드(Lakefield)’다.

    삼성전자는 2020년 3D 적층 기술 X-Cube를 공개했다. X-Cube는 로직과 SRAM을 수직으로 적층한 3D 패키지 기술이다. 3D 패키지는 구성 요소를 수직으로 쌓아 칩 공간을 절약하며, 칩 사이의 공간을 줄임으로써 표면적을 줄이고 범핑 성능을 높인다. 

    대형 사이즈의 칩을 제작할 때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줌으로써 높은 대역폭을 확보하고 저전력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은 낮아진다. 삼성전자 I-Cube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CPU, GPU 등의 로직과 HBM을 배치해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2.5D 패키지 기술이다. 2.5D 패키지는 병렬 수평 칩 배치를 통해 칩에서 나오는 열을 배출하고 성능을 확장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충남 천안 패키징 라인 투자를 늘리면서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은 충남 온양과 천안, 중국 쑤저우 등 총 세 곳에서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어드밴스드 패키지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패키지팀은 미래 패키지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패키징 공정 담당자와 기술 및 사업 관련 담당자들로 구성됐다.

    변운지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의 성능 향상이 다양한 패키징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후공정 장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후공정 장비의 경우 매출처가 다변화되어 있어 패키징 고도화에 따른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