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끝나나… 시장 기대감 ↑연준 최종금리 5% 돌파 여부 관건꾹꾹 누른 시장금리, 시한폭탄
  • 1.7%.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수치다.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준도 문제지만, 성장도 침체도 아닌 애매한 구간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5.1%,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0.7% 등 역성장 경험은 있지만, 1%대 성장률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은의 1%대 성장 전망은 그만큼 긴축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성장을 억제해서라도 물가만큼은 잡겠다는 의미다. 경기부양을 책임진 정부도 13년만에 첫 긴축 예산으로 힘을 보탰다.

    관건은 얼마나 조이느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불확실성은 곳곳에 널려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최종 금리전망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변수다.

    시장은 이 총재 말대로 기준금리 3.5% 전망에 무게를 둔다. 이 총재도 1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3.5%를 최종금리로 본 위원이 3명, 3.75% 2명, 3.25% 1명이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자금 유동성이 경색되며 비둘기파(통화완화)적 전망에 힘이 실린 셈이다.

    하지만 연준의 최종금리가 5%를 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이 최근 제시한 점도표에는 내년 최종금리 상단이 5.25% 수준이었는데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그보다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연준이 5.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긴축 사이클을 멈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뉴데일리DB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뉴데일리DB
    연준 금리를 선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올해 상반기(6월)까지 5.0%까지 오를 가능성을 39.5%, 5.25%는 39.9%로 반영 중이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 3.5%에서 긴축을 종료하고 연준이 5.25%까지 인상한다면 한미 기준금리는 1.75%p 차이로 벌어진다. 과거 한미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것은 지난 2000년 1.5%p 였다.

    한은이 4.0%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1%p 이상의 금리차를 용인하지 않았다는게 근거다. 연준이 5%대 금리를 연말까지 고수한다면 한은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최종 금리수준은 좀더 보수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자부담 올해 더 무거워진다

    현재 3.5% 수준으로 형성된 기준금리 전망이 4.0%까지 오르면 시장금리도 따라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간신히 진정된 채권시장도 기업어음(CP)를 중심으로 재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CP금리는 지난해 초 1.55%로 시작해 최고점 5.54%를 거쳐 5.21%로 한해를 마감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9월과 10월에는 6% 돌파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채권시장이 요동치면 수신경쟁 자제령으로 끌어내린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도 늘어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COFIX(코픽스)도 5%대를 넘볼 공산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가계 대출 평균금리는 5.57%로 18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7.85%로 8%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3%대 고정금리 상품인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74%로 0.08%p 하락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중단돼 대출금리는 다시 오를 전망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신용대출, 주담대 금리 지표가 되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코픽스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방향성이 다르게 가고 있다"며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상승폭 둔화와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