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양대 축 신세계-이마트 모두 토끼해 설립온순하지만 누구보다 위기에 민감한 '토끼'의 특징정용진 부회장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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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으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 중에서 신세계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세계그룹이 유독 토끼띠에 설립된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이 모두 토끼띠에 태어난 기업들이다.신세계그룹은 계묘년을 맞아 올해 키워드를 ‘위기를 기회’로 삼고 본격적으로 달리겠다는 포부다.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신세계그룹에 있어 각별한 해다. 신세계그룹의 모태가 됐던 신세계가 1963년 계묘년에 창립된 것을 돌이켜보면 정확히 환갑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물적 분할돼 별도법인으로 설립된 것도 2011년 토끼의 해였다.이 외에도 오픈마켓 계열사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이 1999년 설립됐고 SCK컴퍼니(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국내 1호점을 처음 출점한 것도 1999년이었다. 1999년 역시 토끼띠의 해다.토끼는 온순하고 해를 끼치지 않지만 누구보다 위기에 민감하고 재빠르게 달리는 동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신세계그룹은 새해 키워드로 ‘위기와 기회’를 꼽고 있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위험을 직시하고 준비된 역량으로 정면돌파 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곧 신세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레이더 역할을 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위기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어도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라며 “위기는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위기대응에 대한 관점 변화를 촉구했다.현재 신세계와 이마트는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핵심 기업이다. 두 기업의 사업성과가 그룹을 좌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특히 올해는 최근 몇년간 대규모로 진행됐던 M&A의 결실을 기대하는 해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SCK컴퍼니(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W컨셉 등을 잇따라 인수했고 야구단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까지 품으면서 ‘신세계 유니버스’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성과도 적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3위 사업자로 껑충 뛰어올랐고 SSG랜더스가 창단 2년만에 우승을 실현했다. 이에 따른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SSG랜더스 우승을 기념한 ‘쓱세일’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19곳이 참여해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바 있다.다만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올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들 기업 인수를 주도한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00억원 대로 전년 대비 약 4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세계가 비교적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 시장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올 초부터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는 소비침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강조했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는 온전히 ‘토끼띠 기업’의 위기감과 민첩함에 달려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유통업계 초유의 위기였던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했다”며 “올해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