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로드·라이프스굿웨이 따라 들어선 북미 생활가전 생산거점166대 무인운반차 분주히 돌아다녀 '눈길'...자체 개발로 '완전 무인 물류' 이뤄부품부터 완성품까지 '내재화'...'완결형 통합생산'으로 빠르고 정확한 생산올해도 진화는 '진행형'...5G망 구축해 자동화율 70% 달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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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미국 동남부 도시 테네시에 들어서면 'LG로드(Road)'가 나타난다. LG가 미국에 세운 첫 생활가전 생산거점이자 세계 최초로 북미에서 '등대공장'에 등극한 LG전자 테네시 공장으로 가는 길은 이 LG로드에서부터 시작된다.LG로드를 타고 가다보면 또 한가지 익숙한 길 이름이 등장한다. '라이프스 굿 웨이(Life's Good Way)'.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얼마있어 LG전자 테네시 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연면적 9만4000제곱미터(㎡), 대지면적 125만㎡ 규모의 광활한 벌판에 들어선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아직까진 주변이 공허하게 느껴질만큼 넓은 공간에 홀로 서 있다. 1층과 2층으로 이뤄진 생산라인이 쉼 없이 가동 중이지만 외부에선 그런 상황을 조금도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큼 자연의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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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화로운 외부 풍경과는 달리 생산라인 내부에는 166대의 무인운반차(AGV, Automated Guided Vehicles)와 대형 컨베이어벨트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높게 쌓인 부품탑을 나르는 AGV가 바닥에 찍힌 큐알코드를 읽어 필요한 곳에 운반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이 AGV는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마스코트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전자가 국내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AGV보다 3배 이상 많은 대수를 테네시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어 이 곳은 AGV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AGV는 기존에 사람이 하루에 6000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 운반 작업을 처리해 테네시 공장 자동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AGV가 이 같은 운반작업을 맡으면서 테네시 공장이 '완전 무인 물류 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LG전자는 이 AGV를 자사 생산기술원에서 자체 제작해 도입했다. AGV는 최대 600kg의 적재함을 최적의 경로로 자동 운반한다. 이동 중 장애물을 만나거나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황에서 멈추게 되고 이후 다시 주행 경로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 안전사고 걱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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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공장은 두개의 세탁기 생산라인과 1개의 건조기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탁기 라인 하나는 드럼용, 하나는 통돌이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필요한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도 이 곳 테네시 공장 내부에서 해결된다.이렇게 부품 제조부터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전 과정을 공장에서 모두 끝내는 내재화로 테네시 공장은 '완결형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했다. 덕분에 생산과정에서 지연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라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세탁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라인 위에 얇고 평평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놓이고 이동하면서 둥글게 말리고, 용접되고, 필요한 부품들이 조립되면서 세탁통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조립하는 작업자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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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공장은 40미터(m) 가량의 라인에서 기존에 약 30명이 투입돼 진행하던 세탁통 제조 작업을 전체 자동화했다. 로봇팔이 10kg이 넘는 세탁통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내고 완성된 세탁통은 다시 로봇팔에 가뿐히 들려 다음 공정으로 넘겨진다.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에는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센서가 설치돼있다. LG전자는 카메라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로봇 스스로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인지 자동화(Cognitive Automation)'를 구현했다. 기존에 멀티 카메라를 설치해야 가능했던 상황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해결한 것이다.로봇이 작업하다가 부품이 잘못 조립된 상태거나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으면 자동으로 멈춘다. 이상 상황으로 부품이 파손되거나 기계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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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 간에 부품을 이동시키는 공중 컨베이어도 갖추고 있다. 층을 넘나드는 생산과정도 사람 없이 자동화에 성공해 앞으로 생산라인을 2층 이상으로 확장하게 돼도 층간 이동에 대한 제약이나 부담없이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자재 공급에 무인화를 이루면서 직원들은 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입구부터 출구까지 생산라인 전 과정에서 '스마트'함이 느껴지는 말 그대로 지능형 자율공장이란 수식어가 딱 맞아 떨어졌다. 이런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y Forum)에서 북미지역에 있는 생활가전 공장으로는 최초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디지털 기술에 로봇까지 활용된 테네시 공장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만한 '등대'가 되기엔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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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테네시 공장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하반기에 공장 내에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해 이전보다 훨씬 끊김없이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테네시 공장 핵심 인력인 AGV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자재를 찾아 운반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자율이동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도 도입해 물류를 더 고도화하게 될 예정이다.더불어 현재 63%에 달하는 테네시 공장 자동화율을 올 연말까지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는 생활가전 공장 기준으로 최고 수준의 자동화를 이룬 셈인데, 앞으로도 다른 가전공장에서 벤치마크로 삼을만한 새 역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