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고강도 금융긴축 취약부문 불거져""필요시 시장안정 조치""국내 금융기관 기초체력 충분…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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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와 관련, "필요시 관계기관과 공조 하에 신속히 시장안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은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SVB 사태와 관련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미국 재무부·연준 등의 주요 조치사항에 대해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현 시점에서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발빠른 대응 조치에 나서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아직 완전히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부문의 금융불안이 불거져 나온 경우"라고 분석했다. 미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장기자산을 많이 보유한 특수은행이 갑작스럽게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진단이다. 

    추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정부와 관계기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이번 사태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부채 구조가 실리콘밸리은행과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4대 공적연금, 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의 관련 익스포저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관계기관 합동점검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상황을 실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요인을 지속 점검·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주 금요일 발생한 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은 전날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은 코스피, 코스닥 모두 상승 마감했고, 국채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리가 큰 폭 하락했다. 외환시장 역시 달러가치 하락으로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꺾였다.

    미국 재무부·연준·연방예금보험공사는 SVB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되며 시장 불안이 커지자 지난 주말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조치를 긴급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재무부도 HSBC가 실리콘밸리 은행 영국지점을 인수함에 따라 모든 은행 서비스가 정상 가동된다고 발표했고, 캐나다·이스라엘·인도 정부 등도 유사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