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690조 빚투에 시총 '7400조' 증발 … 지수 40% 폭락2026년 韓, 역대급 빚투에 '삼전닉스 2배 ETF' 광풍'졸속 허용' 후 '뒷북 규제' …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판박이
  • 2015년 여름, 중국 증시는 1년 만에 150% 이상 폭등했던 버블이 단 3주 만에 붕괴했다. 

    주식 가치의 30%(최종 고점과 비교 시 40% 이상)가 사라지고 약 5조 유로(약 7,40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공중분해 됐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26년 7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2015년 중국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 빚투 무려 '690조 원' … 중국 개미는 어떻게 패가망신했나

    21일 유럽연합 대외관계총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외신자료 등을 종합하면 11년 전 당시 중국 증시는 개미 투자자들이 거래 대금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 광풍이 일고 있었다.

    주가가 정점에 달하기 직전 12개월 동안에만 4000만 개가 넘는 신규 주식 계좌가 열렸고,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글로벌 평균(19배)의 3.5배를 넘어서는 70배까지 치솟았다.

    더 큰 시한폭탄은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핀테크 기반의 '장외 신용거래(그림자 금융)' 빚투 자금이었다.

    제도권 증권사 신용대출(2조 2,000억 위안) 외에도, P2P 플랫폼과 자산관리상품(WMP) 등을 통해 조달된 장외 빚투 자금만 1조 4,000억 위안까지 불어나 총 3조 6,000억 위안(약 690조 원)에 달했다.

    제도권 계좌의 평균 레버리지가 1.4배로 통제된 반면, 자산이나 거래 경험 제한이 없던 장외 계좌는 평균 6.6배, 최대 10배가 넘는 고배율 빚투를 자극했다.

    위험을 인지한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가 2015년 6월 장외 신용거래 단속과 신규 계좌 금지안을 기습 발표하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유동성 경색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를 시작하자 고배율 장외 계좌부터 줄줄이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담보를 채우지 못하자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기계적인 강제 청산(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냈고 이것이 주가 폭락을 불러 다시 다음 마진콜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 증시의 일일 가격 제한 폭(-10%)이 화를 키웠다.

    하한가에 걸린 종목의 매매가 마비되자, 현금화가 급해진 채권자들과 투자자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거래가 가능한 대형 우량주를 무차별 매도했다.

    시장 붕괴를 견디다 못한 전체 상장사의 45%가 자발적 거래 정지를 신청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 '삼전닉스 2배' 반도체 빚투 … 11년 전 중국과 '판박이'

    2015년 중국에서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고배율 레버리지 계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역사가 한국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지난 5월 27일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형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

    도입 50일 만에 관련 레버리지 ETF 상품 규모는 10조 원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 레버리지 투자용 사전 기본교육 이수자만 11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배 폭증했다.

    여기에 개별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고까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한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10조 원이 넘는 개인 신용 잔고가 쌓였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17년 만에 최저치(46% 수준)로 낮추며 두 종목에서만 30조 원이 넘는 물량을 내다 팔았다.

    개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과 신용대출을 동원해 외국인이 던진 물량 수십조 원 어치를 전량 받아냈다.

    ◆당국의 '졸속 도입'과 '뒷북 규제' … 11년 전 中공산당과 '평행선'

    더 큰 문제는 사태를 키운 금융당국의 행태가 11년 전 중국 당국과 판박이라는 점이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과 '중국몽'을 외치며 개인들의 주식 투자를 조장하다가 버블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예고도 없이 '장외 신용거래 전면 금지'라는 극단적 칼자루를 휘둘러 폭락장의 직접적인 도화선을 당겼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정부는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에 대응하고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유턴시키겠다는 정책 목표에만 매몰돼 변동성 위험이 극심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졸속 허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까지 나서서 "미국에서 가능한 것을 왜 우리는 못 하냐"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압박했고, 세밀한 안전장치 없이 시장 문을 열어줬다.

    그러나 개미들의 비명이 거세지고 시장 변동성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자, 금융위원회는 도입 50일 만에야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급상향하고 최소 매매단위를 20주로 올리는 등 급하게 문턱을 높이는 '뒷북 규제'를 내놨다. 

    ◆ "우량주 팔아서 레버리지 물타기" … 2배 ETF에 인질로 잡힌 코스피

    과열을 부추길 땐 방관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 불안을 키운 점이 11년 전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와 닮아있다.

    당시 급락하던 중소형주들이 너도나도 하한가(-10%)에 걸려 거래가 막히자, 현금이 급해진 투자자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아무 문제 없던 대형 우량주까지 무차별적으로 내다 팔았다. 

    급한 불을 끄려다 우량주까지 무너지며 시장 전체로 위기가 번졌다. 

    지금 한국 증시 역서 레버리지 ETF의 '덫'에 자금이 물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아예 상장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청와대는 "이미 10조 원 넘게 덩치가 커진 상품을 인위적으로 없애면 무더기 매물이 쏟아져 증시에 엄청난 2차 충격을 준다"며 상폐 선을 그은 상태다. 

    결국 잘못 만든 상품 하나 때문에 시장 전체가 담보로 잡힌 꼴이 되면서 당국의 상장폐지 불가 방침에도 투자자들의 공포심은 좀처러 가라않지 않고 있다. 

    11년 전 중국의 과도한 빚투와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초래했던 '7,400조 원의 비국'을 한국 증시가 그대로 답습할지, 당국의 이제라도 수습책을 마련할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