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2·3%대 급락…피하지 못한 SVB 파산 여파CPI 앞두고 투심 위축 겹악재…외인 현·선물 매도 폭탄美 중소은행 연쇄 파산 우려…"금리 정책 기조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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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의 여파와 더불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투자 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30.84포인트(3.91%) 급락한 758.0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은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384억원과 2447억원 등 총 9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도 1조5000억원 넘는 매도 물량을 내놨다. 이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두드러진 타격을 주며 주가 전반을 약세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장중 -2만 계약을 웃돌았다"라며 "오늘 이전까지 외국인의 선물 최대 매도는 작년 10월일 정도로 시장 변동성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SVB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정책적 대응에 나서면서 상승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 SVB에 이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지수 방어에 실패했다.

    다른 미국 중소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SVB 사태 진정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대두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간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 가운데 혼조 마감했으나, 실리콘밸리 소재 다른 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는 뱅크런 우려로 60% 이상 폭락하는 등 미국 은행주들은 일제히 급락세를 기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발 미국 지역은행 사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의 예금 보증 등 위기 확산 방지 조치에도 전일 유럽과 미국 금융주 전반에 약세가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추가적인 약한 연결 고리와 미국 2월 소비자 물가, 다음 주 FOMC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라며 "위험 회피 심리 고조로 매수세 부재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시각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경계심도 지수를 억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CPI 수치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강하게 올려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SVB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확산할지 혹은 진정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위험 해소를 확인하고자 하는 시장 심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VB 파산 이슈는 단기에 끝날 요인이 아니다"라며 당분간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 미 지역은행 중심으로 연쇄 파산 사태가 발생하면 스타트업과 경제 전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와 연준의 신속한 SVB 긴급조치에 힘입어 블랙먼데이는 피했지만, 일부 은행의 연쇄 파산 우려와 뱅크런이 지속되는 등 SVB 사태 여진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SVB 사태 후폭풍은 미국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 및 지역으로 전이되는 분위기"라며 "사태가 진정되기 위해선 미 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인상 중단 혹은 금리인하 등 정책 기조 전환의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