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4곳, 작년 순익 반토막에도 광고비 16%만 줄여메리츠·유진證 등 다수 증권사 오히려 대폭 확대코로나 이후 광고비 2배 늘어…동학개미 급증 영향
  • 지난해 증시 악화 등에 따른 실적 급감에도 증권사들은 광고선전비용을 여전히 공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주식 투자 문화 대중화로 모바일트레이딩(MTS) 중심 브로커리지가 핵심 수익구조로 부상한 가운데 향후 중심 고객층이 될 MZ세대 등 동학개미 투심 확보를 위해 공들이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34곳의 광고선전비는 3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4% 감소했다. 

    증권사 광고선전비는 TV·신문 등 매체를 활용한 광고는 물론 투자지원금 지급, 주식 증정, 경품 행사, 실전투자대회 등 각종 이벤트 진행 비용을 포함한다. 

    이들 증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4481억원으로, 전년(9조299억원) 대비 50.74% 감소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광고선전비 감소폭은 작다.  

    최근 5년간 해당 증권사들의 광고선전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1814억원이던 광고선전비 규모는 4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지난 2019년 26.59%, 2020년 25.51%, 2021년 53.86% 등 전년 대비 꾸준히 증가하던 광고선전비 규모가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절대액수 자체가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지난해 광고비 규모를 줄인 대형사인 NH투자증권(-14.33%), 삼성증권(-11.34%), KB증권(-6.7%)의 경우도 축소폭이 실적 감소 대비 두드러진 규모는 아니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60% 안팎으로 당기순익이 줄었다.

    오히려 광고비 규모를 대폭 늘린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기업금융(IB) 사업 비중이 높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수익구조 다각화 일환으로 CFD(차액결제거래) 서비스, 상장지수증권(ETN) 등 디지털을 활용한 리테일 사업 강화에 공을 들였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각종 이벤트 등 여느 때보다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광고선전비(55억원) 규모는 전년 대비 67% 넘게 증가했다. 

    MZ세대 투자자를 잡기 위한 중장기 브랜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간편 MTS '유투' 론칭 홍보, 국제 프로테니스대회인 '2022 ATP 코리아오픈' 타이틀스폰서 참여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의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21.61% 증가한 114억원으로, 중소형사 중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다.

    하나증권(61.07%), 교보증권(33.58%), 한화투자증권(57.39%), 현대차증권(42.9%), 다올투자증권(127.91%), SK증권(31.14%) 등도 광고비를 전년 대비 더 썼다. 

    대체로 기업들이 실적 증가세에 발맞춰 광고선전비를 대폭 늘리고, 반대로 불황에는 필수적이지 않은 광고·마케팅비를 먼저 줄이는 경향이 높지만 지난해 증권사들은 실적 한파 대비 해당 비용을 소폭 줄이거나 오히려 늘렸다. 

    이는 동학개미의 위상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급속히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증권사들은 미래 잠재고객인 엄지족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고도화된 서비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고객 확보 차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마케팅도 이제는 일반화된 추세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많이 줄었지만 광고선전비는 크게 줄이지 않았다"면서 "코로나 이후 비대면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증권사가 진행하는 각종 광고마케팅이 확실히 다양해지고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증권사들의 실적 보릿고개가 예상되지만 광고선전비 규모가 다시 예전처럼 줄어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올해 1~2월 시황 분위기가 좋아 예년 대비 광고비를 꽤 늘린 곳도 적지 않다"면서 "코로나 이후 MZ세대 비대면 고객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이후에도 각종 이벤트는 지속되고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줄더라도 코로나 전 규모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치열한 마케팅에 따른 효과에 대해선 의문도 있다. 다만 잠재 고객층 확보를 위해선 이 역시 투자라는 설명이다.

    중소형사 한 관계자는 "광고선전비에 투입한 비용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졌는지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면서도 "당장 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비용을 있는 대로 줄여버리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됐을 때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