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여파… 유동성 확보한달만에 매도세 전환… 전년 대비 5배 증가
  •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연합뉴스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사태로 인해 보험사들이 최근 채권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론 보험사들도 자본 건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미리 자금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보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보험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규모는 14조12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8024억원)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험사 RP 매도 규모는 지난해 12월 33조3316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30조51억원, 2월 29조4694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SVB와 CS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보험사에게도 자금 확보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채권 매각이 다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보험사들은 6443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지난 14일까지 순매수(754억원)를 이어가다 15일을 기점으로 2000억원의 국채를 팔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무엇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험사의 채권 매입 등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면서 지난달 1조8859억원 순매수로 돌아선지 한 달도 안돼 보험사의 채권 매도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SVB‧CS 사태는 국내 금융사와 자산‧포트폴리오 등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회사채 시장 경색과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연기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던 만큼 국내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SVB 사태로 인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상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해 저축성보험이나 퇴직연금 이탈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보험사 입장에선 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VB 같은 사태가)언제든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보험사들은 금리 변동에 따라 채권 보유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