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22일 'K-칩스법' 의결… 30일 본회의 상정'K-칩스법' 통과시 대기업 공제율 15%… 조세경쟁력 '글쎄'전경련 "법인세 22%로 내려야… 글로벌 스탠다드 역행"
  • ▲ 22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영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22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영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며 국회가 'K-칩스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해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야당의 반대에 막혀 난항을 거듭했던 법인세 인하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K-칩스법은 앞선 16일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야당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에 대해 부자감세라며 반대해왔지만,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데다 각국의 보조금 경쟁 등 반도체 기업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K-칩스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올해 투자분부터 확대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등 6개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명시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해당분야에 시설투자를 할 경우 시설투자액의 15%(기존 8%), 중소기업은 25%(기존 16%)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세액공제율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세제혜택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반도체 시설투자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신청할 경우 최대 25%의 투자시설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대만도 지난 1월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지난 2020년 반도체 기업에 180조 원쯤을 지원한다고 밝히며, 15년 동안 사업을 영위한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또는 더 고도화된 공정을 적용하면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기업 투자액의 최대 4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K-칩스법'이 통과되더라도, 우리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공제율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난다. 비록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금액 대비 증가분에 대해선 올해에 한해 10%의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이는 '조건부' 공제혜택인 데다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데 제약이 따른다.

    이에 더해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EU의 핵심원자재법 등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정책과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중국의 제재 우려 등 우리 기업을 둘러싼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요급감과 가격하락, 수출부진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 원으로, 전년동기 13조8667억 원보다 68.9% 급감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지난해 여야의 최대 난제였던 법인세 인하를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p) 인하하는 안을 들고 나왔지만,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1%p 인하한 24%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하자고 건의했다. 현재 법인세 과세체계는 △과표 2억 원 이하·세율 9% △과표 2억~200억 원·세율 19% △과표 200억~3000억 원·세율 21% △과표 3000억 원 초과·세율 24%다.

    전경련은 이를 과표 200억 원 이하·세율 10%, 과표 200억 원 초과·과표 22%로 축소하자고 주장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 세법개정에선 법인세율만 1%p 인하됐을 뿐, 현재의 4단계 누진 과세체계는 그대로 유지됐다"며 "한국의 과도한 법인세 누진구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율 인하와 함께 과세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는 안을 재추진하더라도, 사실상 거대야당의 반대를 뚫기는 쉽지 않다. 국회가 예산안 법정처리기한(12월2일)을 넘겨가며 지난해 12월24일 예산안을 처리한 배경에는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지난해 연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 법안 처리 실패와 관련해 "똑같은 형태의 법인세 개편안을 내더라도 통과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고, 22대 국회에서 여건이 좋아지면 관철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