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일수 두고 다툼펫보험 진료수가 표준화도 진통정부 "소비자 편익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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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소비자 편익을 위해 다양한 보험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 완화를 위해 진료수가 지급체계를 손봐야 하는데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를 열고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첩약과 약침 등 치료비 청구 시 성분이나 처방 내용, 환자 증상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의무 제출토록 하는 안건도 의견만 받고 따로 심의하지 않았다. 각 업계간 이견이 큰 만큼 심의위에선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첩약 기간 단축은 오랫동안 보험업계에서 요구했던 사안이다. 불필요한 치료로 인해 보험료가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보험금 지급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한의업계의 반발이 커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심의위에서 안건에 대한 의결이 아닌 의견교환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중점 추진 사업과 보험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펫보험 활성화 역시 논의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지난달 말 진행된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수의사협회가 진료수가 표준화에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앞서 새 정부는 펫보험 시장 잠재성을 높게 보고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켜 추진 중에 있다. 보험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질병명칭 표준화와 반려동물 등록제 의무화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이날 처음 회의에 참석한 수의사협회는 진료수가 표준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진료수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마다 치료비가 천차만별인데도 동물의료 공공성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판매하기 위해서 손해율 등이 정확히 산출돼야 하는데 현재 치료비는 천차만별이고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개체 인식이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 선도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역시 의료계가 반발하며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계기관 대안으로 보험개발원이 나왔지만 의료계에서는 기관 중계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관련 종이 서류를 방문해 떼지 않아도 전산으로 바로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치료받은 내역을 전산으로 전송하는 데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10년이 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지만 의료계는 통제가 심해진다는 점, 개인정보 유출 우려, 행정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의료계 반발이 심해지자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 신용정보원 등이 거론됐지만 이마저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육성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