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모바일기기 교체주기 고려… 세계경기 불확실성이 변수변동성 큰 메모리 반도체 비중 커… 경기변동에 영향 크게 받아자본집약적 산업특성상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 내놔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달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달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경기가 올해 2~3분기에 저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내놓은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터의 교체 주기는 4~5년, 모바일기기는 2~3년이다. 컴퓨터 수요가 지난 2015년과 2019년에 저점을 찍었던 것을 참작하면 올해 초·중반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바일기기는 2020년 3분기 이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2~3분기에 저점에 이를 공산이 크다는 견해다.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 활성화와 관련해 "컴퓨터와 스마트폰 기기의 수요 상승을 생각하면 내년 중반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 부진은 수출뿐만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내년까지 세수 여건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 수출물량과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물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만 20% 하락한다면 GDP는 0.15% 감소했다. 또한 GDP 감소는 실질구매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민간소비도 0.38%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산업의 특성이 자본집약적인 것을 고려하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 대해 KDI는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3.8%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30.5%,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69.5%인 점을 고려할 때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보관하는 기능을 가지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와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모바일AP,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처럼 데이터를 계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KDI는 "최근 반도체 경기 하락은 메모리 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감소한 데 비해 메모리 반도체는 56.3% 감소했다"며 "반도체 수출이 메모리 부문에 치중된 구조로, 이로 인해 반도체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산업의 거시경제적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다변화는 경기 안정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