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에 CSM 논란 불거져계리적 가정에 따라 변동성 커"가이드라인 대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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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놓고 국내 보험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보험사 재량에 맡긴 CSM 산출 기준이 제각각이라 분식회계에 악용될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1일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긴급 소집해 CSM을 포함해 IFRS17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엔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생명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DB생명 ▲라이나생명 등과 손해보험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코리안리 등이 참석했다.

    IFRS17는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원가 평가가 보험 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면, 시가평가는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국내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IFRS17 도입 취지다.

    IFRS17 도입에 따라 수익성 지표로 CSM이 중요해졌다. CSM은 특정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로, 보험 계약의 미래 이익을 일단 유보해 놓고 향후 기간 경과분을 수익으로 조금씩 실현해 나간다. 즉 CSM은 기본적으로 회계상 부채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최근 1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첫 선을 보인 CSM이 각 보험사별로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CSM을 공시한 주요 보험사 가운데 손해보험 10개사의 전체 보험 부채 대비 CSM 비중은 평균 36.1%였으나 생명보험 20개사는 단 8.0%에 그쳤다. 같은 업권 내에서도 자산 및 부채 규모가 비슷한 보험사끼리 격차가 컸다.

    이는 CSM 산출에 필요한 사망률, 계약 해지율,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에 대해 각 보험사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만기가 긴 보험의 특성상 이 같은 계리적 가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CSM 변동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즉, 보험사가 CSM 규모를 높게 산출하기 위해 유리한 가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CSM이 합법적인 분식회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각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IFRS17 소급 적용기간도 CSM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보험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보유계약에 대한 IFRS17 적용 시 소급기간을 회사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급기간이 길어질수록 CSM과 자본 부담이 함께 늘어나는데 회사 판단에 따라 CSM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이 1년 수정소급법을 적용했으며 교보생명은 2년, 한화생명·신한라이프는 3년 소급을 채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망률을 소수점 몇째 자리까지 입력하느냐에 따라 CSM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면서 "이처럼 계리적 가정을 제멋대로 하게 놔둬서는 우량한 줄 알았던 기업이 단숨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업계의 신뢰성을 깎아 먹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새 회계제도는 회사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업계 전체 구성원이 산업의 신뢰 유지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나 결국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며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및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각 보험사들이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빠른 시일내에 주요 계리적 가정(손해율·해약률)에 대해 세부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계리적 가정 마련 시 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업계에 즉시 안내하겠다"면서 "보험업계와 활발히 소통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