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업계 "CFD 후폭풍에 증권사 신용도 영향 우려"증권사별 미수채권 부담 수백억~수천억대 예상메리츠證은 5억원 미만 수준…위험 노출액 고객별 한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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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차액결제거래(CFD) 후폭풍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CFD 미수채권 부담으로 인한 2분기 실적 부담까지 커지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미수채권 규모는 5억원 미만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CFD 관련 리스크 관리가 눈에 띈다.
CFD 거래잔액 규모가 적지 않은 편임에도 미수채권 발생 금액은 5억원 미만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CFD 관련 위험 노출액(익스포즈)에 대해서는 고객별 한도를 두는 등의 장치를 설정해뒀다. CFD 관련 미수채권이 발생한 계좌 수는 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이라면서 최근 CFD와 관련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남 준 경영지원본부장은 "메리츠증권의 CFD 잔액은 언론에 공개된 바와 같이 3000억원이 넘는다"면서도 "고객별로 CFD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두고 있었고, 종목별로도 10%에서 50% 제한을 받아 레버리지를 못 일으키기 이번에 문제가 됐던 투자자들이 메리츠증권 창구를 이용할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미수 채권이 발생한 계좌 수는 2개, 미수 채권 금액은 5억원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용평가업계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증권사 실적은 물론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CFD 관련 미수채권 발생 위험에다 주가 폭락 종목의 신용융자 부실화 위험이 증권사에 간접적인 손실을 추가로 유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CFD 투자자들이 손실액을 정산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증권사가 직면하는 직접적 위험은 CFD 관련 고객채권 미회수로 인한 실적 저하 가능성"이라며 "CFD 사업구조상 투자자가 손실정산을 회피함에 따른 미수채권 회수리스크는 일반적으로 국내 증권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가 원금초과 손실분을 갚지 않을 경우 적게는 증권사별로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CFD 미수 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호실적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8054억원) 대비 27%, 전분기(1177억원)로 대비 817% 급증한 1조7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업계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수 채권 반영은 물론 CFD 주가 폭락 사태 영향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해당 서비스를 취급하지 않는 회사들은 해당 리스크를 비껴갈 수 있지만 CFD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들로선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
3월 말 기준 CFD 거래잔액은 교보증권(6180억원),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