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상황에는 의견일치… 최저임금 해법은 제각각생계비 두고 갑론을박… "고소득층 지출도 포함" vs "9.4% 증가 주목"25일 세종청사서 '2차 전원회의' 진행
  •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9620원 동결을 요구하는 경영계와 1만 2000원으로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노사 모두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돼 올해 심의도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달 2일 열린 1차 회의 이후 3주 만에 위원들이 다시 모였다. 최임위는 경영계로 구성된 사용자위원 9명,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9명, 정부 추천을 받아 임명된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졌다.

    이날 사용자위원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기업의 임금지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근로자위원은 똑같이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몰락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올해 경제는 1% 중반대의 (저)성장을 예고했고,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법인파산 건수는 4월 누계 기준 460건으로 1년 전보다 55% 증가한 상황"이라며 "경제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기업들의 지불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근 공공요금과 물가, 금리 등이 오르며 근로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도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용자란 이유로 이를 다 부담하는 건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온당치 않은 일"이라며 "최저임금 적정선만 생각하지 말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퇴직금, 연차수당 등 인건비 총액과 기업 능력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근로자위원도 목소리를 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큰 폭으로 늘고 임금 격차는 확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생활여건이 급격히 하락 중"이라며 "이대로 내버려두면 서민가구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서민 몰락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내수소비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이마저 최악으로 치달으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공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생활비를 더 줄일 데가 없어서 한 끼를 겨우 먹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공공요금 인상과 치솟는 물가 등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근거는 충분하다"며 "노동자 4명 중 1명은 월 200만 원 이하를 받고, 10명 중 7명은 작년보다 생활비가 올랐다고 말한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태를 잘 들여다 봐달라"고 호소했다.
  • 근로자위원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근로자위원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들은 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두고도 견해차를 보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생활을 꾸리는 임금 근로자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월 241만 1320원이다. 이는 노동계가 최저임금으로 요구한 월 250만 원과 근접한 수준이다.

    사용자위원인 류 전무는 먼저 "실태생계비 통계가 회의하기도 전에 언론에 유출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마뜩잖은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통계에서 제시된 월 241만 원은 월소득이 700만~800만 원에 달하는 고소득층의 소비지출까지 포함해 산출한 수치다. 이를 최저임금 자료로 활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류 사무총장은 "실태생계비가 전년보다 9.4% 증가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5% 올랐는데 실태생계비 인상률보다 낮아 실질임금이 4.3%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도 "올해 최저임금 월 201만 원은 비혼단신 실태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소집된 1차 회의부터 노동계의 저격 대상이 돼 왔던 공익위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말을 아꼈다. 그는 "특별하게 드릴 말이 없다"며 "공익위원은 여러가지 지표나 의견을 청취하면서 최저임금 심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임위 심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000원 운동본부'의 의사를 전달했다. 1만 2000원 운동본부는 양대 노총과 4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