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분신·공익위원 사퇴 촉구·파업조장법 직회부 등 갈등 격화夏鬪로 이어질지 주목… 세수펑크·수출부진·대외 불확실성 악재 쌓여경노사위, 첫 간담회 추진… 노동개혁 공감대 형성할지 주목
  •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000원 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노동단체 대표자들이 25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공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000원 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노동단체 대표자들이 25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공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투(夏鬪)'를 앞두고 노·사·정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노동계의 연이은 정부 임명 공익위원 저격, 야당의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까지 노·사·정 대화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동 시장 악재는 가뜩이나 부진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첫 노·사·정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합의점 도출에 나설 예정이나, 노동 개혁의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노동계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26일 노동계·경영계 등에 따르면 올해 하투는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근로자의 날'이었던 이달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씨가 분신해 숨지면서 노동계는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할 채비다.

    이미 고조된 노정 간 갈등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정부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정부의 '노동 개혁'에 앞장서는 인물이라며 연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달 18일 예정됐던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 권 간사를 향한 사퇴 시위를 벌이며 포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회의는 파행했고 이달 2일 재개된 회의에서도 노동계는 권 간사에게 공개적으로 사퇴와 사과 등을 요구했다. 지난 25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권 간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회의 이틀 전 서울 정동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사퇴를 압박했다.

    노사 간 대립도 녹록잖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는 올해보다 24% 오른 1만 2000원을, 경영계는 9620원 동결을 각각 주장한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몰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임금지불 능력을 고려하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 갈등도 심화하는 추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단독으로 단독으로 처리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당과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불법파업조장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당국 역시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은 다음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여당은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태도다.
  •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을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을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뉴데일리DB
    이런 노·사·정 갈등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나랏빚 증가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수 결손은 올해 최대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반적인 형편이 녹록잖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더욱 위축시킨다.

    다만 정부는 굽히지 않고 '노동 개혁'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에도 애초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노동 3대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태도다. 3대 개혁은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담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에 직무·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노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노사법치주의' 등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참석해 "노사법치주의 확립,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노동 개혁과 교육·연금 개혁 등을 일관성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정부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노·사·정 간 합의점 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사·정 간담회를 위한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는 근로자대표 4명, 사용자대표 5명, 공익위원 4명, 정부위원 2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 정부 들어 첫 노·사·정 간담회에서는 노동 개혁 관련 현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악화일로에 놓인 노정 관계가 이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