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協, 회장 선거공신·대학동문에 '깜깜이' 특별배정 논란추천 사유·배정업무 등 비공개…평가사 추천제, 회장 쌈짓돈 창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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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는 '추가 배정'이란 제도가 있다. 총 4000여 명의 평가사가 각 할당된 몫을 채울 때까지 단순 순번제로 업무를 배정하는 '일반 배정' 말고 추가로 일을 줄 수 있는 '특별' 배정 방식이다. 협회는 '업계의 발전에 기여한 자'에게 최대 1억 원을 추가 배정한다.

    추가 배정의 추천권은 협회장과 윤리조정위원장이 갖는다. 회장은 협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업계의 발전에 이바지한 회원을 선정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현 양길수 회장은 추가 배정으로 구설에 올랐다. 추천권을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A씨에게 행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A씨는 양 회장의 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년 터울로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했다. 양 회장은 A씨에게 추가 배정으로 최대 금액인 1억 원의 업무를 배정해 줬고, 이 하나의 업무로 A씨는 협회 몫을 제외한 9400만 원을 수중에 챙길 수 있게 됐다.

    그럼 A씨는 업계의 발전에 무슨 기여를 했을까. 장담할 수 있는 건 '회장'의 발전에는 분명 기여했다는 것이다. 선거캠프에서 동문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결과적으로 양 회장이 당선됐으니 말이다. 다만 추천 사유 등이 베일에 싸여 있어 총 4000여 명에 달하는 평가사들이 뜬구름 잡는 듯한 A씨의 '업적'에 쉽사리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평가사들이 일반 배정으로 받을 수 있는 1인당 배정액이 대략 2000만 원꼴임을 고려할 때 A씨가 다른 평가사들을 납득시켜야만 하는 당위의 허들 또한 높아보인다.

    그러나 협회는 이에 대해 아주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바로 '함구'하는 것이다. 깜깜이 방식을 고수하는 탓에 협회 소속 대부분 평가사들은 추가 배정에 대해 모르는 실정이다. 협회는 언론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협회에 추가 배정을 누가 받았는지 묻자 "자신들도 모른다"는 쉬운 대답이 돌아왔다.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묻자 "관련 규정이 없다"고 했다. 간단 명료했다.

    당연히 협회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삼삼오오 문제 인식을 공유해 왔던 평가사들이 점점 화력을 모으고 있다는 전언이다. 추가 제보 연락이 계속 쏟아진다. 이들이 경고하는 것은 단 하나. 불합리한 특권 행사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장은 왜 회장이란 '특권'을 가질 수 있을까. 그를 회장이라 불러주는 특권층이 아닌 사람들 때문이다. 그렇기에 회장의 특권은 4000명의 무게 아래 행사돼야 한다. 본인의 '공신'이자 '동문'이란 한 사람의 무게는 너무도 보잘것없다. 형편 없는 불공정이다.

    한 평가사가 이런 말을 전했다. 협회의 많은 후배들이 일반 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기본 권리조차 모른 채, 단지 뭐라도 애써보기 위해 재능기부를 한다고. 3일 꼬박 날을 새우는 것도 예사라고 했다. 이들이 잠도 불사한 노력으로 0원을 버는 동안, 특권층에 가까운 누군가는 한 번에 1억 원을 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