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방문열람 6~7건 불과… "누가 찾아가나. 전산공개 해야"공개방식 실효성 의문… 회장에 밉보였다 추천배제 불이익 우려도協 "전산시스템 10월쯤 시범운영… 부작용 커 공개범위 별도 설정"
  • ▲ 한국감정평가사협회.ⓒ홈페이지
    ▲ 한국감정평가사협회.ⓒ홈페이지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감정평가사 추천제를 깜깜이로 운영하고 양길수 현 회장의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특혜성 추천업무를 배정했다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내부 반발만 키우는 모습이다. 협회는 평가사들이 협회에 찾아와 개별적으로 공개를 요청하면 담당기관인 추천센터가 내역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는 태도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들은 회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일이 협회에 '찾아가' 확인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협회는 일부 감정평가사가 요구하는 내부 전산망을 통한 공개는 올해 말 관련 시스템을 다시 구축한다는 목표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전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다.

    14일 뉴데일리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협회는 지난 7·8일 본지가 감정평가사 추천제에 대한 대형법인 독식과 양 회장 지인에 대한 특혜 배정을 보도하자 12일부터 내부 인트라넷에 '추천현황 공개 안내'라는 팝업(안내창)을 게시 중이다.

    협회는 외부 의뢰가 들어오면 감정평가사를 추천·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내용을 회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배정액이 큰 사업은 대부분 대형법인이 독식하는 구조이고, 특히 양 회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대학 동문에게 회장 추천을 통한 특혜성 배정으로 1억 원 규모의 업무를 몰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내부 인트라넷 팝업.ⓒ취재원 제공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내부 인트라넷 팝업.ⓒ취재원 제공
    양길수 회장의 명의로 띄워진 팝업에는 불투명·불공정 의혹에 대한 협회 차원의 해명이 담겼다. 협회는 "17대 집행부 취임시기인 2021년 3월부터 모든 회원은 협회 추천센터를 방문하면 무제한으로 추천현황에 대한 열람이 가능하다"며 "이를 종별 협의회 간담회에서 수차례 공지했고 시행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얼론 보도에 협회 추천이 불공정·비공개적이란 지적이 있었으나 이는 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팝업 내용을 보면 감정평가사 회원은 열람 시 내용에 제한 없이 추천 내역 일체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복사·사진 촬영 등도 가능하다고 돼 있다. 열람 방법은 회원이 협회 추천센터로 직접 찾아와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 내부에서는 반발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협회 소속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인트라넷 내 게시판에 협회의 해명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감정평가사는 개인이 협회에 직접 찾아가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폐쇄적 열람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들은 전면적인 전산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한 감정평가사는 "추천센터는 수기로 (추천 업무를) 배정하거나 장부를 수기로 작성하나. 전산으로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냐"며 "협회가 당당하고 배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온라인으로 모든 사항을 모든 평가사가 볼 수 있도록 열어두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감정평가사도 게시판을 통해 "협회 추천의 투명한 공개는 '전산 공개'를 의미하는 것이지, 팝업창의 내용처럼 누구나 추천센터에 오면 볼 수 있다는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투명한 전산공개를 미루면 미룰수록 협회 추천의 불균형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 한국감정평가사협회.ⓒ홈페이지
    ▲ 한국감정평가사협회.ⓒ홈페이지
    일부 감정평가사는 개별적으로 협회를 방문해 회장의 추천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자칫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감정평가사 추천 방식 중 '추가 배정'은 회장이 '업계의 발전에 기여한 자'를 추천하게 돼 있다. 추가 배정 확인이 윗선에 보고되면 회장이나 집행부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인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을 깔아놨으니 언제든 오라고 말하지만, 신상을 노출하면서까지 추천센터에 직접 찾아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혹시라도 열람을 요청한 이후로 업무 배정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감정평가사도 "수고스럽게 자발적으로 찾아오지 않으면 (굳이)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도인데 이게 무슨 '실시간 전면 공개'냐"면서 "평가사들이 개별적으로 협회에 직접 찾아가 요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않은 일이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협회에 찾아와 추천현황 공개를 요청한 사례는 예닐곱 건에 불과하다. 협회에 소속된 평가사 규모는 4800여 명이지만, 1년에 고작 서너명 만이 관심을 갖고 공개를 요청했다는 얘기다.

    협회는 이미 각 대표 단체별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천현황 공개에 대한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대형법인협의회, 중소법인협의회, 개인사무소협의회 등 크게 3가지 지회로 나뉜다. 이들과 전산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갈지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관해 1년여 전부터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회별 의장단과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았고, 각 지회별 간담회도 진행했다"면서 "개발 중인 전산 시스템은 올해 10월쯤 구축을 마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는 모든 구성원에게 추천 현황을 공개할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협회는 지회별로 논의를 통해 공개 범위를 별도로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자는 게 목표"라면서도 "정보 공개로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굉장히 많다. 협회 차원에서는 의뢰처와의 관계와 이미 배정한 업무의 선공개에 따른 분란 등 부작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