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추천으로 총 2명 1억씩 배정… '보은' 성격 밀어주기'업계발전 기여' 추천기준 모호… 소위원회 사실상 '거수기'금액 큰 데도 추천·배정 내역 등 비공개… 회장 쌈짓돈 전락
  •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전경.ⓒ한국감정평가사협회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전경.ⓒ한국감정평가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현 양길수 회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평가사에게 1억 원에 달하는 '보은성' 감정평가 업무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이런 밀어주기식 '특별' 배정은 회장의 추천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명확한 선정 이유나 업무 배정 내역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협회 내부에서조차 잘 모르는 실정이다.

    뉴데일리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2021년 1월 취임한 현 회장은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대학 동문 A씨에게 기관 추천제의 추가 배정 방식을 통해 1억 원 규모의 감정평가 업무를 단독 배정했다. A씨가 배정받은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면 협회 몫인 6%를 제외한 9400만 원쯤을 A씨가 가져가게 된다.

    감정평가는 부동산을 비롯한 유·무형자산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고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일이다. 부동산 거래나 경매, 금융권의 담보 대출 전 담보 가치 산정,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한 보상, 표준지 공시지가 선정 등에 감정평가를 활용한다. 협회는 국가나 기업·기관 등에서 감정평가 의뢰가 들어왔을 때 평가사들을 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협회가 평가사를 배정하는 방식은 순번에 따른 '일반 배정'과 회장 또는 윤리조정위원장이 추천하는 '추가 배정' 등 2가지로 나뉜다. 일반 배정은 4000명쯤인 전체 평가사에게 순번을 매겨 각자 할당된 몫을 채우는 방식이다. 협회가 평가사를 추천해 주고 받는 수수료(배정액)는 통상 8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평가사 인원 수로 나눠 단순 계산하면 평가사 1인당 최소 2000만 원쯤이 배정돼 돌아가는 셈이다.

    추가 배정은 회장과 윤리조정위원장이 추천권을 갖고 '업계의 발전에 기여한 자'를 추천할 수 있다. 추가 배정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억 원이다.

    문제는 사실상 회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추가 배정의 추천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회장이 입맛대로 최대 1억 원의 배정액을 쌈짓돈처럼 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협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양 회장 선거캠프의 공신이자 대학교 동문이다. 양 회장 당선 이후 협회 임원이 되려고 시도했으나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불발된 사실도 알려졌다. 협회 안팎에선 임원 임명에 실패하자 양 회장이 최대 규모의 추가 배정으로 보은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가 배정은 양 회장 취임 이후 A씨를 비롯해 1명에게 더 추가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평가사는 중소법인 소속으로, 역시 추가 배정 최대 금액인 1억 원 규모의 업무를 받았다.
  •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로고.ⓒ한국감정평가사협회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로고.ⓒ한국감정평가사협회
    특히 이런 추가 배정은 협회 내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 배정은 회장이나 윤리조정위원장이 평가사를 추천하면 '감정평가업자 지정·추천위원회'의 소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해당 소위원회는 거수기 역할을 할 뿐 실상은 회장의 추천권 행사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소위원회를 거치고 나면 추가 배정 내역이나 현황 등은 어떤 경로로도 따로 공개되지 않는 실정이다.

    일부 평가사는 협회가 추가 배정에 관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평가사를 무슨 이유로 배정했고, 그 평가사가 '업계에 기여한 업적'은 무엇인지 협회 구성원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견해다.

    협회 소속 한 평가사는 "1억 원은 굉장히 큰 액수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3년치 연봉을 한 번에 받는 셈"이라며 "이 정도 액수라면 누가 혜택을 받았는지 당연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업계의 발전에 공헌했다는 당위가 있다면 평가사들이 반대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가사는 "후배 평가사들을 보면 일반 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기본 권리조차 모른 채 재능기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후배들은 이런 상황인데 몇몇 특권층이 1억 원 규모의 단독 배정을 받는 건 부조리한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협회는 추가 배정이 내부 정기감사를 받는다는 입장이다. 협회 설명으로는 정기감사에서 추가 배정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으며 내부 감사원에게 보고도 이뤄진다. 그러나 총 3명인 감사원이 모두 협회에 소속된 평가사여서 객관성 견지가 어렵다는 점, 감사 보고가 업무보고식으로 간략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된다. 아주 극소수의 관계자만 해당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협회는 추가 배정 내역의 공개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 한 관계자는 "회장이 절대적인 추천권을 갖고 있다기보단 회장이 추가 배정을 요청하면 위원회가 안건을 올리고 의결하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 배정이 이뤄지면 정기 감사 때 모두 투명하게 보고한다"며 "현재로선 추가 배정에 대해 별도로 내부에 공개하는 규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