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부정 여론 부담실적부진에 인수매력 더 떨어져취약한 수익성 구조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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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망언으로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계 보험사인 ABL생명과 동양생명 매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두 회사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일찌감치 매물로 내놨지만 저조한 실적과 불리한 수익 구조로 인해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계'라는 인식 탓에 인수매력이 더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BL생명은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을 모태로 하는 회사다. 1999년 독일 알리안츠에 매각된 후 알리안츠생명으로 운영돼 오다 2016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돼 ABL생명으로 간판을 바꿨다.
이후 이듬해인 2017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전 회장이 경제범죄 혐의 등으로 사임한 후 결국 2020년 해체돼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다자보험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1989년 설립된 동양생명도 한 때는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할 만큼 국내 대표 보험사 중 한 곳이었다. 2011년 사세가 기울어가던 동양그룹이 보고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주인이 바뀌었다.동양생명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 건 2015년이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의 지분을 중국 안방보험에 넘겼고 동양생명은 국내 최초 중국계 생보사가 됐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후 ABL생명과 마찬가지로 다자보험그룹 소속으로 이관된다.
두 회사 모두 안방보험 시절에는 한국에서의 점유율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다자보험그룹이 주인이 된 후에는 이렇다 할 경영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수년째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중국계 보험사로 간판이 바뀐 뒤 두 회사 모두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BL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7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급감했다. 여러 생보가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효과 등으로 1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양생명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 740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2756억원) 대비 73.1%나 급감했다. 다만 IFRS17 적용 이후 올 1분기엔만 1565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하면서 크게 뛰었다. -
실제 동양생명의 경우 저축성 보험료 수익이 2021년 2조193억원에서 지난해 5조8326억원으로 3조8133억원(189%) 급증했다. 저축성 보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34.7%에서 64.1%로 29.4%포인트(P)나 증가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금리로 인한 유동성 위기 탓에 저축성 보험 판매가 크게 늘었다"면서 "이는 동양생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업권에서 나타난 현상인데다 올해 들어선 저축성 보험 판매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ABL생명 역시 모그룹의 보험상품구조를 활용해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에 특화된 보험영업 전략을 보유했다.
한국신용평가는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및 변액보험 중심 보험 포트폴리오의 영향으로 보험이익의 기여도가 낮다"며 "저조한 보험이익 탓에 업계 대비 낮은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축성보험은 만기에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에 약정 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IFRS17에서는 부채로 인식돼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생보사는 운전자보험, 장기손해보험 등 꾸준히 수익이 늘고 있는 손보사보다 인수매력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러 기업도 생보사보다는 롯데손보, MG손보 등 손보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높은 저축성보험 비중으로 인한 취약한 마진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중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이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매각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