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과잉진료 핵심 '비급여' 일부 항목 '급여화'비급여 실손 소위 꾸린 정부… 대대적 실손개혁 나선다병·의원 마음대로였던 비급여 진료비 공개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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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의료보험 과잉진료의 핵심으로 꼽힌 '비급여'에 정부가 칼을 뽑아들었다. 재정누수의 본질적 원인인 일부 비급여의 '급여화' 등 대대적 개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병·의원 마음대로 '비급여' 가격에 제동 걸린다

    27일 보건복지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비급여·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내에는 비급여 실손 소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의료개혁에 실손 비급여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이번 기회에 실손보험의 고질적 문제를 뿌리뽑겠다는 복안이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진료는 각 의료기관이 임의로 공급가격(수가)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진료도 지역별, 의료기관 별로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사실상 '공짜'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기관은 가격을 부풀리고 환자에게 비싼 진료를 권유하는 일도 문제로 거론된다.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22년 상반기까지 일부 안과가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백내장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수술을 권유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법원이 2022년 6월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실손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 내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백내장 수술 건수와 비급여 비용이 급감했다. 고가렌즈를 사용한 수술도 급격히 줄었고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평균 가격은 판결 전후로 50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역대급 대수술 예고… 의료계 강력 반발 예상

    정부는 그간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실손을 내놓으면서 보장 한도와 횟수를 줄이는 상품 개정에 치중했으나 비급여 문제는 늘 골칫거리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본질적 원인인 비급여 문제 수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특위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비급여 진료 최대 10개를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만들어지는 관리급여는 기존 선별급여의 한 종류로 임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진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사실상 건보 적용 급여 진료처럼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 본인 부담률은 95%로 책정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여타 선별급여의 환자 부담률은 최고 9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조사해 공개하는 '참조가격제' 도입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수치료 1회 진료비 전국 평균금액은 11만1699원이고 세종이 14만2854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남이 8만603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5만6824원 차이다.

    체외충격파 치료의 경우 전국 평균금액은 8만4514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비싼 지역은 서울(9만7586원)로 제주(6만3559원)보다 3만4000원가량 더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조가격제가 도입되면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수렴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학계와 보험업계에서는 과잉진료의 핵심으로 지적된 비급여 진료의 수가 공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의료계는 제조업에 비유하면 서비스 원가 공개라는 측면에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급여는 병의원에서 임의로 진료비를 책정할 수 있는 만큼 수가 공개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 항목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나 수요 및 공급이 결정되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 시행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정부의 비급여 진료 급여화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 개선안들은 의료계가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드는 식으로 피해갈 방법이 있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했다"며 "지금 얘기되는 정도의 개혁안이 나온다면 역대급으로 대대적인 실손 개혁이자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 합리적인 진료비로 치료받을 권리 면에서 비급여의 급여화는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제안을 듣고 민간 전문가, 소비자 단체와 함께 검토 중이며 구체적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비급여·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은 12월 말 확정해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의료개혁특위는 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달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