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신규대출 82% 급감러시앤캐시 철수 후폭풍 피해신고 전년대비 12% 증가"법정 최고금리 올려야"
  • 기준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에 묶인 가운데 최대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마저 철수를 서두르면서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소액생계비대출' 수요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신고·상담 건수는 6만506건에 달했다. 특히 미등록대부, 최고금리 초과,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대부 관련 피해신고 건수(1만350건)는 전년대비 1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사금융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서민금융 위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당초 내년 6월말 시장에서 철수할 예정이었으나 철수 시기를 6개월 앞당기기로 최근 결정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났지만 법정 최고금리(20%)에 막혀 대출금리에 반영을 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뿐만 아니라 많은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운용금액을 줄이고 있다. 대부업 69개사의 신규 대출액은 작년 1분기 1조1344억원에서 올 1분기 2052억원으로 82% 급감했다.

    이처럼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신용 7~10등급의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계 저신용 대출 중단으로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 인원은 7만1000명에 이른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협회 민원접수 피해자(625건)와 사법기관(6087건)으로부터 의뢰받은 총 6712건의 불법사채(미등록 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이자율이 연 414%에 달했다고 올 초 발표한 바 있다.

    20% 이자로 급전을 빌리던 저신용자들이 414%라는 살인적 금리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평균이 414%이지 실제로는 5000%의 말도 안 되는 이자로 고통받는 취약계층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원경찰청은 지난 13일 5000%의 금리로 상습 협박을 일삼은 불법사채 일당 12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000억대 대부금을 점조직 형태로 굴리며 서민들을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사금융의 폐해가 심각하지만 관련 대책 마련은 더딘 형편이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를 위해 지난 3월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는 3주간 1만9156명에 달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씁쓸한 흥행'이었다. 준비한 예산 1000억원으로 모자라 금융권으로부터 기부금을 걷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0만원, 100만원이 없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국민들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키우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일 텐데 국회와 당국의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제도 변경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올 초 밝힌 바 있다"며 "시행령만 바꾸면 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정협의 등 여론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