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연체율 넘어서고소득 자영업도 연체 허우적비은행권 부실 심각… "선제적 금융지원 시급"
  •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치솟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의원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3분기(1014조2000억원)와 4분기(1019조9000억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어섰고, 불과 3개월 사이 13조9천억원 늘어났다.

    올해 들어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상승 속도도 작년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는데, 작년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p) 높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4분기(0.12%p)나 3분기(0.06%p)와 비교해 크게 뛰었다.

    1.00%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0.76%)를 웃돌 뿐 아니라,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3천억원으로, 작년 4분기(4조1천억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6.8%)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금리가 앞으로 0.25%p 높아질 때마다 이자는 1조8000억원, 자영업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평균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6%로 0.4p 올랐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 기록이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1.8%)도 3개월 새 0.5%p 더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분기(1.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9%)도 2019년 3분기(0.9%) 이후 3년 6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계속 더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119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3조원으로 3조1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자영업자(713조9000억원→723조6000억원)와 중소득 자영업자(186조원→187조2000억원) 대출도 각 9조7000억원, 1조2000억원 더 늘었다.

    저소득·고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각 역대 최대 규모다.
  • ▲ 서울도심의 한 상가 출입문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데일리DB
    ▲ 서울도심의 한 상가 출입문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데일리DB
    ◇ 2금융권 연체율 더 심각해

    비(非)은행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이 더 심각한 상태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37%, 2.52%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상호금융(2.22%), 보험(0.69%), 저축은행(5.17%),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66%)의 1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83%p, 0.36%p, 1.86%p, 0.6%p씩 높아졌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7년 2분기(5.57%)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고 보험도 2019년 3분기(1.13%) 이래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득별로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자영자의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밀려나 더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2금융권에 매달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에서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작년 4분기(71조9000억원) 이후 올해 1분기(72조7000억원) 사이 8.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각 20.8%(2조7000억원→2조9000억원), 23.7%(37조1→38조6000억원) 급증했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도 3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11.8% 불었다.

    자영업자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대출 상품 3개 이상)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점도 자영업자 대출 부실을 경고하는 위험 신호다.

    1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5천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2.4%(17조2000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개월 사이 70.6%에서 71.3%로 커졌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집계됐고,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4만원 느는 것으로 추산됐다.

    양경숙 의원은 "올해 9월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수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은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늘려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자영업자 세부업권별 연체율ⓒ양경숙 의원실
    ▲ 자영업자 세부업권별 연체율ⓒ양경숙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