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 '고객가치'… 주력사업 '1등' 달성 비결휴대폰 접고 '전장·AI' 집중 '결실'… '바이오·클린테크' 먹거리 낙점계열분리 후 LG 비전 본격 가동… '전통 지키는 후계자→ 변화주도 총수'
  • ▲ 신년 메시지 전하는 구광모 LG 회장 ⓒLG
    ▲ 신년 메시지 전하는 구광모 LG 회장 ⓒLG
    오는 29일 취임 5주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가문의 전통을 지키는 후계자서 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미래를 준비하는 총수로 연착륙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40세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올라 지난 5년 간 보여준 뚝심 있는 행보는 LG그룹이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면면을 보여준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이후 줄곧 '고객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해마다 연초 시무식을 대신한 신년 메시지 영상에서 구 회장은 "LG가 나아갈 방향은 결국 고객"이라고 밝히며 고객으로 시작해 고객으로 끝나는 LG의 새로운 경영철학을 안착시켰다.

    취임 5주년을 맞는 올해 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건 "자신만의 고객 가치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그동안 뿌리 내린 고객 가치라는 목표에 임직원들의 진심이 더해져 또 한번 새로운 LG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이었다.

    ◇ 외형성장 이은 주력사업 '1등' 달성...세계서 인정받는 '가전·배터리' 만들어

    구 회장이 지난 5년 LG를 이끌면서 이처럼 고객 가치를 앞세운 결과 기존 주력 사업에서 '세계 1등' 기록을 달성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구 회장 취임 이후 외형적으로도 성장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 LG그룹을 평가하는 지표인 시가총액에 있어서 구 회장 취임 이후 3배 성장이 이뤄졌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 2018년 12개의 LG그룹사 전체 시가총액은 약 82조 원 규모였는데 5주년을 맞는 올해 6월 기준 그룹사 11개 기준 약 242조 원으로 커졌다.

    지난 2021년 LX그룹이 계열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광모호(號) LG의 가치는 우상향 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도 LG그룹은 삼성, SK, 현대차에 이어 4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구 회장도 재계 4위 그룹 총수 자격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가전은 LG'라는 공식을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LG전자는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미국 경쟁사이자 가전시장 압도적 1위 자리를 누려왔던 월풀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LG전자는 지난해 가전(H&A)사업에서만 30조 원에 가까운 매출과 1조 12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월풀과 격차를 벌렸다. 올해도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왕좌를 2년 연속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구 회장은 상무 시절을 LG전자에서 보냈던 경험이 있어 LG전자가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가전회사가 될 수 있는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LG전자에서 최근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틈새시장 제품인 'LG스탠바이미'는 구 회장이 직접 고객 가치를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정도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LG의 성장을 이끈 최대 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도 구 회장의 선구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중대한 시점에 LG는 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는 세계 1등으로 꼽히는 LG 대표 품목이 됐다.
  • ▲ 현장 방문한 구광모 LG 회장 ⓒLG
    ▲ 현장 방문한 구광모 LG 회장 ⓒLG
    ◇미래사업 '진두지휘'하는 젊은 리더...안착한 전장사업 이어 ABC사업 '속도'

    기존 주력사업이 세계 1등 자리를 꿰차는 동안 미래사업 준비도 한창이었다. 미래사업 준비는 특히 구 회장이 무게를 두고 진두지휘하는 분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그룹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앞으로 이끌어갈 LG를 설계하는 핵심이다. 구 회장은 차량용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을 우선적으로 미래 사업으로 점 찍고 다양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전장은 이미 LG그룹의 인정받은 미래 사업이다.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LG마그나의 파워트레인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차량용 카메라·통신모듈 등 계열사별로 전장사업 분야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미 전장사업에서 중요한 지표인 수주잔액이 100조 원에 근접할 정도로 LG의 전장제품과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AI는 최근 LG그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LG는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을 개발해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분야 난제를 해결하는데 AI를 활용할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모두 뛰어들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가 AI인만큼 LG도 매해 엄청난 투자가 수반되는 AI 분야를 미래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AI 같은 미래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앞서 LG그룹은 비주력 사업이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휴대폰이다.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휴대폰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택한 미래 사업 중 하나가 AI인 셈이다.

    구 회장은 AI처럼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야 말로 회장의 투자 의지와 뚝심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를 중심으로 AI 분야 자체 R&D는 물론이고 외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구 회장은 특히 인재 영입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재 발굴 컨퍼런스나 미팅 행사에 반드시 참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오와 클린테크 분야도 AI와 함께 이른바 LG의 'ABC'미래사업으로 꼽힌다. 바이오 분야에선 특히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조 50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클린테크는 선대 회장들도 일찌감치 미래사업이자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으며 꾸준히 시도해왔던 분야다. 구 회장은 이 같은 선대의 뜻을 이어받고 동시에 미래사업으로 연계해 성과를 낼 수 있게 클린테크를 미래 3대 사업으로 낙점했다. LG는 바이오와 신재생 에너지를 소재로 활용하는 사업이나 전기차 충전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구 회장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