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후 첫 해… 드러나는 구광모 색체미래사업 핵심 '전장'서 속속 성과… 전자계열3사 시너지 돋보여5년째 외치는 '고객가치'… 신년사에 드러난 구 회장 철학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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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지난 9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최고경영진 워크샵을 열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 등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LG의 미래준비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올해는 취임 4주년을 맞은 구 회장이 확고한 LG의 미래상을 다시 한번 보여준 한 해라고 평가된다. 지난해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이 LX그룹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하면서 취임 4주년을 맞은 올해가 본격적으로 구광모 회장의 경영철학과 비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취임 후 구 회장이 그리는 LG의 미래가 실현될 수 있는 여러 기반을 마련하는데 조용히 전념했다면 올해부턴 그 구상을 실행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구 회장만의 색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이런 구 회장의 본격적인 행보에 동행하는 계열사 최고경영진도 지난달 인사를 통해 완성됐다. 지난해 인사 폭이 컸던 LG그룹은 올해는 대부분 CEO를 재신임해 구 회장이 강조하는 미래 준비에 가속을 낼 수 있도록 안정을 택했다. 다만 임원인사를 통해서는 젊은 인재 중용을 늘려서 새로운 리더들을 육성하고 LG에 더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했다.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미래사업과 고객가치에 지향점을 두고 올해도 이 두 축에 힘을 실었다. 취임 후 선택과 집중에 역점을 두고 경쟁력 있고 미래 비전이 밝은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던 LG가 올해부턴 고객가치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사업 분야에 투자해 성과를 낼 것인지 옥석을 가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이런 과정에서 조금씩 성과가 싹을 틔웠다. 구 회장 취임 후 특히 더 힘이 실린 차량용 전장사업에서 계열사별로 진용을 갖추더니 이제는 시장에서 고객사들의 인정을 속속 받으면서 수주 실적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룹에서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 3사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차량용 전장사업에 미래 명운을 걸고 도전에 나서 올해 처음 성과를 맛보기 시작했다.우선 전장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는 전장사업 맏 형 격인 LG전자 VS본부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올해 전사 실적 차원으로도 기여도를 높였다는 점이 꼽힌다. LG전자 VS본부는 올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 3분기에도 9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4분기에도 이 같은 흑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도 사업부 창설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고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완전히 자리잡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수주잔고도 올해 처음 80조 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수주잔고는 전장시장에서 LG라는 브랜드가 얼만큼 고객사들에게 신뢰를 얻었느냐를 보여줌과 동시에 향후 몇 년 간의 실적과도 연동이 되는 부분이라 당장 흑자를 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사업 성과의 척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시장 비전이 밝은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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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전장사업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관련 토탈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왔는데 내달 열리는 글로벌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 처음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용 부스를 차리고 글로벌 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내년부턴 LG디스플레이도 전장분야 사업 비중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해 LG전자에 이어 전장을 효자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LG이노텍도 이번 CES에선 일반에 공개적으로 부스를 열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확대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전략이다. LG이노텍 전장부문은 올 3분기까지 7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까진 이익을 내는 사업은 아니지만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줄이면서 점차 흑자구조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장 흑자를 내는 것 보단 수주 건전성을 높이는 게 중장기적으로 전장사업을 미래사업으로 키울 수 있는 핵심으로 보고 당분간은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전자 계열 3사가 지난 몇 년간 적극적으로 전장사업을 추진해온 결과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LG그룹 차원에서도 미래사업의 방향성에 확신을 갖고 투자와 인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신설된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인 'LG마그나'도 올해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부턴 LG그룹 전장사업의 새 면모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전장사업과 같은 LG의 대표적 미래사업 추진에 더해 구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고객가치' 철학도 자리를 잡고 발전해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를 가장 큰 가치로 내건데 이어 지난주 일찍 발표한 내년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를 최우선에 둔 LG의 방향성에 또 한번 힘을 실었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구 회장은 고객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고객가치 크리에이터'가 되자고 주문했다. 취임 후 5번째로 전하는 내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라는 LG의 큰 뜻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LG 구성원들이 스스로 나서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미래를 바라보고 고객을 최우선에 둔 LG 구광모호(號)의 가치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빠르게 자리잡은 구 회장 리더십이 내년에는 얼만큼 성과를 더 낼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