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입장 확인하고 핵심현안 의견 나눌 듯주주협의 요청에 가처분 소송… 압박수위 높여창업주 퇴사 등 입장달라… 주가 상승 동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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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그룹이 DB하이텍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를 만난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핵심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만남으로 보여진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DB하이텍과 KCGI측은 조만간 서울 모처에서 첫 대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의 대면 만남은 KCGI의 투자목적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가 DB하이텍 지분 7.05%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후 처음이다. 그간 양측은 보도자료 등 공문으로만 의사를 표현해왔다. 

    KCGI측은 지난 3월 ‘경영권 영향’을 목적으로 한 DB하이텍 지분 취득을 시작으로 DB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4월과 5월엔 3차례에 걸쳐 주주협의 요청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고, 이달 1일에는 DB하이텍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이어 9일에는 DB하이텍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토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DB하이텍 측에서 응답을 회피했고, 자료 은닉 및 폐기 가능성이 있어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는 게 KCGI측 주장이다.  

    현재 KCGI는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 및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진출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독립적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경영투명성 제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요구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이 현안에 관한 양측 견해차를 공고히 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현안 상당수가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KCGI가 요구하는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진출과 관련 DB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KCGI는 지분 확보 당시부터 현재까지 줄곧 대주주의 불투명한 경영을 문제 삼고 있다. DB하이텍이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김준기 창업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DB하이텍을 지주사인 DB를 통해 간접지배하고 있는데,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도 약 17.9%에 그친다. 낮은 지분율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DB하이텍을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하고, 이사회의 독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KCGI의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DB하이텍이 있기까지 김준기 창업회장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다. IMF 등으로 상황의 여의치 않은 가운데서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십여년간 적자에 3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면서도 파운드리 사업을 놓지 않았다. 

    아울러 KCGI 입장에서도 갈등이 지속 이어지는 그림이 더욱 매력적이다. 추가적인 주가 상승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의 주가는 캐로피홀딩스가 지분을 확보한 것이 알려진 직후인 3월 31일 보통주 1주당 7만원대를 돌파하고 4월 4일에는 장중 8만3600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현재는 6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1년전 DB하이텍 주식이 보통주 주당 5만2000원선이었던과 비교하면 약 19% 가량 올랐지만 KCGI의 마지막 투자 단가가 1주당 6만2297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촉발시킨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DB하이텍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도 KCGI측에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은 대면 만남 이전부터 대화의 진정성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