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과학재단, 서민정 출연 지분 전량 이니스프리에 매도이니스프리 '첫 자사주 지분' 9.5% 확보주주 배당 상향, 기업분할・IPO 등 가능성 열어둬
  • ▲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AP팀 담당.ⓒ아모레퍼시픽그룹
    ▲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AP팀 담당.ⓒ아모레퍼시픽그룹
    ‘일석삼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AP팀 담당의 기부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서 담당이 보유하던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지분 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한지 약 2달 만에 다시 이니스프리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부천사’라는 평가를 얻은 서 담당과 약 240억원의 운영자금을 얻게 된 재단, 그리고 이니스프리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배당금 상향 등의 효과를 얻게 된 그룹 모두가 웃게 됐다. 아울러 이니스프리가 이번에 취득한 자사주를 활용해 스톡옵션이나 기업공개(IPO), 분할 등을 추진하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됐다.

    31일 아모레퍼시픽 등에 따르면 재단법인 서경배과학재단은 지난 27일 보유 중이던 이니스프리 주식 2만3222주(9.5%) 전량을 장외거래를 통해 이니스프리에 매각했다. 매도 단가는 239억7700만원. 지난 6월 1일 서 담당이 해당 주식을 재단에 출연한지 2개월 만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일련 거래의 효과다. 과거 비상장기업의 경우 자사주 매입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2012년 상법 개정을 통해 전년도 배당 가능 이익을 한도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졌다. 

    이번 자사주 매입에 대해 이니스프리 측은 “주주 환원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취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상승게 되지만 비상장사는 거래량이 없거나 적어 효과가 제한적이다. 실제 이니스프리의 경우 이번 자사주를 제외하면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81.82)%과 서 담당(8.68%)이 남은 지분 전량을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니스프리의 대규모 배당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도 있다. 자사주에는 배당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 비율만큼 다른 주주들의 배당액이 상향되는 효과가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배당을 통해 1070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니스프리도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향후 IPO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의 폭이 생겼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할 경우에는 예외다. 각 자사주가 분할기업에 대한 상호간 의결권이 생겨나기 때문에 주식 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나눠주는 스톡옵션이나 자사주 소각을 통한 미처분이익금의 처리, 기존 주주의 지분 상승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이니스프리가 IPO가 된다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의 가치도 크게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서 담당의 증여는 서경배과학재단의 운영자금 조달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한 서 담당의 미래 배당금 상향, 이니스프리의 자사주 활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셈이다.

    서 담당이 이 과정에서 사회공한 활동에 앞장섰다는 이미지를 얻었다는 점도 소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가 서경배과학재단이 상장주식이 아니다보니 운영자금 활용하기 위해 이니스프리에 매도하는 형태로 거래했다”며 “서경배과학재단은 공익법인 목적사업 및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담당은 최근 개인 사유로 1년간 무급으로 휴직하는 ‘의원휴직’을 결정하고 7월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