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사망시 등록말소-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 강화안국회 책임론 확산…임시국회서 계류 법안 통과 서두를 수도건설업계 "위축 가능성…합리적 방안-당근책 등도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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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 여파로 '부실공사 방지법' 도입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실시공 건설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건설업계도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다만 일각에선 이미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입법은 자칫 과잉·중복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 누락' 사태로 부실공사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부실공사 방지법' 재추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본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부실시공 재발 방지 및 처벌 강화, 건설사와 감리사 안전관리 책임 강화 관련 개정안을 통칭한다.대표적인 것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후 5년 내 같은 법령을 재위반할 경우 3년간 시공사 등록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또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사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등록말소 사유로 규정하는 동명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엔 사망사고 발생시 10년 이내 건설업 등록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이 밖에 감리사 시공관리·안전관리 의무 강화를 위해 실태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과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 발생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불법 하도급에 따른 부당이득을 몰수·추징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먼저 다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부실공사 관련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야간 정쟁에 막혀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이라며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국회가 관련 법안을 방치했다는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라 정치권이 '부실공사 방지법' 통과를 서두를 것"이라고 예상했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LH 아파트에 이어 민간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관련 법안을 가장 먼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건설업계는 '자업자득'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애초에 건설자재를 빠뜨리지 않고 시공을 잘했으면 부실공사 온상으로 낙인찍힐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도입 당시 과잉·중복처벌이라는 명목으로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대했는데 이제는 그럴 명분조차 약해진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일각에선 국토부의 민간아파트 전수조사에 더해 '부실공사 방지법' 부담까지 더해지면 건설업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현재 국토부는 2017년 이후 무량판구조로 지어진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및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총 25만가구 규모로 9월 말까지 점검을 마친 뒤 10월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건설업계에선 안전점검으로 인한 공기 지연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 및 브랜드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진행 중인 안전점검 비용 역시 시공사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업계 관계자들은 시공사들의 자정 노력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법적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이미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관리법이 있는데 처벌 조항을 또 추가하는 것은 더이상 건설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조건 처벌만 강화할 게 아니라 고의적인 부실시공과 불가항력적인 안전사고를 구분해 선택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근 누락' 사태는 설계나 감리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인데 비판여론이 시공에만 집중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잘못한 건설사는 법대로 처벌하되 안전사고가 없거나 시공을 잘한 건설사는 인센티브를 늘려주는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