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계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 도입 필요"구조기술업계 "건축·구조 분리발주해야 부실 예방"대책 마련 없이 이익 챙기기 급급…비판여론 확산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 BL 공공아파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 BL 공공아파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싼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간 책임론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시장에선 두 전문가단체가 부실공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없이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지금처럼 건축사가 구조기술사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 아닌 구조기술사가 독립적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일본·유럽 같은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까지 건축과 구조를 분리발주한다"며 "국제표준인 건축주가 직접 발주하는 분리발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를 원천 차단하려면 건축사의 설계와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계산을 평등한 관계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건축사는 발주처의 의뢰를 받아 건축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감독하는 직업을 말한다.

    구조기술사는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해 건축물 내부에 철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철근 두께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벽과 기둥 크기·위치가 적절한지 등을 설계하는 직업이다.

    두 직군은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원인이 '설계상 철근 누락'으로 지목된 이후 서로 경쟁하듯 입장문을 발표하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건축구조기술사회가 열었다. 검단 붕괴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건축사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계약을 독점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한건축사협회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러던 중 LH 아파트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지면서 또 한 번 '설계오류'가 원인으로 드러나자 이번엔 건축사협회가 "'철근 누락' 사태를 일으킨 핵심 요인은 '구조계산 오류 및 누락'"이라며 책임을 구조기술업계로 돌렸다.

    건축사협회는 "구조계산 오류 책임이 있는 건축구조기술사들은 자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함에도 오히려 언론을 통해 지속해서 건축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구조 분야 분리발주와 업역 확대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협회는 현재 구조기술사 인력이 건축사의 6.4%에 불과해 부실 점검·관리 가능성이 크다며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건축사가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구조기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와 감리업계가 LH '전관 특혜' 온상으로 지목된 현 상황에서 소모적인 '밥그릇 싸움'은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할 것"이라며 "부실공사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