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누적수주액 36억→72억달러…1년새 97.1%↑'네옴시티' 사우디서 수주잭팟…건수 525% 급등 고유가 2년이상 지속중…환율도 9개월만 최고치 인력·제품 등 현지화정책 발목…수익성저하 우려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국내건설사 중동지역 수주액이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고환율 등 '쌍호재'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수주 전망도 장밋빛이다. 다만 지속적인 자잿값·인건비 인상과 현지화 정책 등은 리스크로 꼽힌다. 

    24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 분석결과 올해 1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국내건설사 중동지역 누적수주액은 72억3914만달러(9조6642억원)로 전년동기 36억7324만달러(4조9038억)대비 97.1% 증가했다. 수주건수는 지난해 16건에서 올해 25건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네옴시티' 건설사업이 한창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잭팟이 터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누적수주액은 지난해 23억3435만달러(3조1164억원)에서 60억5597만달러(8조847억원)로 2.5배이상 늘었고 수주건수도 4건에서 13건으로 525% 증가했다.

    이외에도 △UAE 8건 △이집트 2건 △리비아 1건 △튀르키예 1건 등에서 수주가 이어졌다.

    중동지역 선전에 힘입어 전체 해외수주액도 늘었다.

    올해 7월31일까지 국내 건설업계 해외수주액은 190억272만달러(25조4013억원)로 전년동기 174억569만달러(23조3050억원) 대비 9.18% 늘었다.

    6월까지만 해도 주요건설사들이 대형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는 등 중동시장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100억달러 규모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사업' 수주에 나섰지만 프랑스·레바논·그리스 컨소시엄에 밀렸고, 삼성엔지니어링도 15억달러 규모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PDH/PP) 프로젝트'를 영국·중국 컨소시엄에 내줘야 했다.

    '반격'은 현대건설이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6월말 50억달러 규모(6조5000억원) 초대형 프로젝트인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에 연이어 성공했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본사업은 사우디 유전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 인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8월엔 사우디 중부 전력청이 발주한 1억4500만달러(1850억원) 규모 '사우디 네옴-얀부 525㎸ 초고압직류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해 아미랄사업과 네옴 러닝터널 등 16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며 "현지 정부 및 발주처와 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후속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중동사업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중동국가 프로젝트 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 감산조치와 미국수요 확대, 러시아 수출제한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 7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지난주 85달러까지 올랐고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 모두 80달러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높을수록 중동국가 발주가 늘어 국내건설사 수주기회도 확대된다.

    하반기 발주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로는 사우디 '자프라2프로젝트'와 '아람코 파드힐리 가스프로젝트', UAE 루와이스 LNG 등이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네옴시티 터널 3개 패키지' 입찰결과가 하반기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기침체 등으로 유가상승이 주춤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0달러대이상 고유가가 2년 가까이 지속중이고 2021년이후 중동지역 발주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고환율 기조도 해외수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1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42.6원으로 지난해 11월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업계에선 올해 하반기까지 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고점을 1350원으로 예상하고 내년초 1200원대후반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통 높은 환율은 해외건설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프로젝트 입찰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고 추후 달러로 받은 공사비를 원화로 환전할 때 환이익이 커진다.

    다만 악재도 만만치 않다. 현지 인건비와 자잿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건설사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시점에서 호재인 유가와 환율도 대외적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언제든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현지인력 채용 등 중동국 '현지화'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 아람코는 자국민 채용 및 교육, 해외업체 사우디 현지제품 사용의무화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지화 정책 탓에 가뜩이나 낮은 중동사업 마진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환율 경우 환헤지를 통해 어느정도 리스크 방어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발주처의 현지화 정책은 현지진출 기업 입장에서 따를 수밖에 없어 적잖은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인력은 숙련도가 떨어지는데다 기술이전과 교육까지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소요되는 간접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차원에서 현지화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