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지속·車 분할 여파…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68% '뚝'실적 부진 장기화 우려에 비주택 공략…신규수주 9년 만에 최고"수주 다변화 통해 불황 타개"…저하된 재무건전성은 '선결과제'
  • ▲ 과천 코오롱타워. ⓒ코오롱글로벌
    ▲ 과천 코오롱타워.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벌이 원가율 부담으로 부진한 수익성을 또다시 기록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비주택부문을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4년 가까이 먹거리를 확보한 만큼 실적 반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금흐름 둔화에 따른 재무건전성 저하는 여전히 아킬레스로 남아있다.

    25일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코오롱글로벌은 상반기에 매출 1조3021억원, 영업이익 264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1조2766억원에 비해 1.9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35억원에서 68.3% 감소했다. 전년(-31.1%)에 이어 2년 연속 감익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7154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의 실적을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동기 1조2377억원에 비해 42.1% 감소하면서 3분기 연속 전년대비 역성장했다. 이는 올 들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수입 자동차 판매·정비 및 수입 오디오 판매사업을 분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분기 5866억원에 비해서는 21.9%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655억원에 비해 80.1% 급감하면서 3분기 연속 전년대비 감익이 지속했다. 전분기 134억원에 비해서도 3.42%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코오롱글로벌 측은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건설부문 전반적으로 수익성 둔화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의 원가율은 91.6%로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았던 자동차부문 분할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기준 직전 3년(2020~2022년)간 평균 원가율은 88.2%에 불과했다.

    여기에 판관비까지 10% 가까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판관비는 828억원으로, 전년동기 758억원에 비해 9.18% 늘어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준공정산이익 등의 발생으로 주택 마진이 양호했던 만큼 올해는 기저효과에 대한 부담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주택경기 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로 주택부문 실적이 부진한 만큼 비주택부문의 실적 기여도를 높여 이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주택부문의 연간 수주실적(목표치 1조7000억원)은 전년도 실적 2조5000억원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일반건축, 플랜트 등 비주택부문에서의 수주 확대(목표치 2조3000억원)가 이를 만회해 전체 수주금액은 지난해 2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한 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수주에서 비주택부문 비중이 더 큰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은 상반기 비주택부문 신규수주만 1조762억원을 달성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비주택부문 신규수주는 △2020년 6000억원 △2021년 8000억원 △2022년 1조1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올해는 2조3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삼성전자 평택 사무동(450억원) △삼성전자 평택 정수장(30억원) △SK하이닉스 광역 상수도 2단계(259억원) △대웅제약 나보타 공장(529억원) △대웅바이오 공장(618억원) 등 기업발 대규모 시공권을 따냈으며 앞으로도 삼성전자 평택 사무동 2차, SK하이닉스, 대웅제약 등 기업 연계 수주가 예상돼 연간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 ▲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 계측기. ⓒ코오롱글로벌
    ▲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 계측기. ⓒ코오롱글로벌
    뿐만 아니라 육상·해상 풍력발전, 모듈러, 수처리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발전소의 리파워링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풍력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한편 그린수소와도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주택부문의 기여도 확대와 관련, 실적 안정성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향후 해외 대형 프로젝트 참여로 국내에 집중된 사업영역 분산과 비주택부문의 수주 성과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주택부문도 선별수주를 통해 잔고를 늘리고 있다. 2020년 2월 서울 강북구 번동1구역 수주를 시작으로 총 8개 사업장을 연계 수주해 서울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해외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달에는 몽골에서 300억원 규모의 공공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우크라이나 재건,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등 굵직한 해외사업마다 '원팀 코리아'에 합류하는 등 해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수주잔액은 9조7961억원 규모로, 지난해 연 매출 2조6020억원을 기준으로 3년 이상의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또 상반기 기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용지를 확보하면서 신규 자체개발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보유 용지 규모는 328억원으로, 최근 10년새 최대치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민간건축 등 비주택부문 확대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주택 매출 공백을 만회할 계획"이라며 "비주택 특성상 빠른 착공과 공사 진행이 가능한 만큼 향후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하된 재무건전성은 숙제로 남아있다.

    상반기 차입 규모는 6206억원으로, 전년동기 4414억원에 비해 40.5% 증가하면서 상반기 기준 최근 10년새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게다가 자동차부문 분할로 자본총액(6733억→5855억원)이 13.0% 줄어들면서 차입금의존도는 65.5%에서 106%로 크게 악화했다.

    가중된 차입 부담으로 이자비용도 지난해 상반기 97억원에서 176억원으로 80.3% 급증했다. 수익성 저하와 맞물리면서 이자보상배율도 8.52배에서 1.49배로 크게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2015년 상반기 0.59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유동성 보강 차원에서 사모채를 발행한 것 역시 저하된 재무건전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코오롱글로벌은 회사채 680억원을 1년 6개월 만기 물로 발행했다. 금리는 8.3%로, 수익성 저하와 PF 우발채무 우려로 금리가 상승했다. 앞서 코오롱글로벌은 3월에도 사모 콜옵션부채권 300억원어치를 7.92%에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업어음(CP) 발행액도 200억원으로 늘렸다. 2월 CP를 모두 상환한 후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지면서 이달 들어 다시 200억원으로 잔액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