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수혜주'로 부각되며 한 때 주목 받아무자본 M&A세력이 대부업체 자금 빌려 인수최대주주 반대매매로 주가 폭락…개미 투자자만 피해 지난 3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 처분
  • ▲ 셀피글로벌 CI. ⓒ셀피글로벌
    ▲ 셀피글로벌 CI. ⓒ셀피글로벌
    [편집자주]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돈과 자본을 매개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회 근간을 떠받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자본시장에는 늘 명과 암이 존재한다. 일확천금을 쫓으며 선량한 투자자들의 급소를 노리는 특정 자본 세력들은 음지에 숨어 온갖 불법을 일삼으면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부른다. 주식 투자자 1천500만 시대를 맞은 가운데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뉴데일리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특정 세력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자본시장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휴대전화 간편 결제 시장에서는 '삼성페이(Samsung-Pay)'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애플페이(Apple-Pay)'가 큰 관심을 끌었다.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애플페이 수혜주'라는 테마가 형성되면서 수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의 '셀피글로벌'도 애플페이 관련 종목으로 떠오르면서 한 때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3~4천 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급등을 반복하며 5천원대까지 치솟았다.

    애플과 어떤 계약 관계나 사업적인 연관성이 전혀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기대감 속에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합류했다.

    한바탕 잔치가 끝난 뒤 주가는 특별한 악재도 없이 연일 흘러내렸고 결국 지난 3월 감사의견 거절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 ▲ 셀피글로벌 연혁. ⓒ셀피글로벌 홈페이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디자인=황유정)
    ▲ 셀피글로벌 연혁. ⓒ셀피글로벌 홈페이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디자인=황유정)
    ◆20년 업력 중견 회사…석연치 않은 회사 매각

    셀피글로벌은 1998년 대구에서 김남주씨와 강수향씨가 주축이 돼 아이씨코리아라는 사명으로 설립한 신용카드 제조업체다. 국내외 카드사 및 금융사 등에 플라스틱과 메탈 소재의 신용카드를 공급해왔다.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최대주주인 김남주 대표를 중심으로 20년 동안 경영진 교체 한 번 없이 운영돼 왔다.

    하지만 2017년 큰 변화가 생긴다. 20년 가까이 동업을 해 온 강수향씨가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미국에 '앤트앤비(Ant&Bee)'라는 글로벌 핀테크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후 앤트앤비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인 '셀피(cellfie)' 개발에 성공했고 강수향씨는 2020년 5월 아이씨케이 대표이사로 복귀한다. 

    2017년부터 거의 매년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아이씨케이 경영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강수향씨는 복귀 대가로 약 94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 받았다.

    셀피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결제 수수료 수익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고 이런 기대감으로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불과 1~2년 만에 5배 넘게 뛰어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대주였던 셀피가 빛을 발하기도 전에 회사에 '빅 이슈'가 터졌다. 최대주주이자 회사 고문이었던 김남주씨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수자는 오름에프앤비 외 2인으로 김남주씨가 보유한 728만9060주(20.48%)를 241억5594만 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오름에프앤비는 '오름곰탕' 등의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회사로 셀피글로벌의 주력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기업이었다.

    탄탄한 중견 기업이자 시장의 신뢰를 받아왔던 셀피글로벌이 나락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 ▲ '작전세력' 무자본 M&A 수법. ⓒ디자인=황유정
    ▲ '작전세력' 무자본 M&A 수법. ⓒ디자인=황유정
    ◆사채자금 빌려 회사 인수…무자본 기업사냥꾼 '먹잇감' 전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월12일 오름에프앤비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남주씨의 지분 가운데 15.94%를 191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 191억 원 중 오름에프앤비의 자기 자본은 8억5600만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83억 원은 인수 전날인 8월11일 모회사인 오름에스엠씨와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차입했다.

    당시 오름에프앤비는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10월11일까지 두 달 간 월 이자 0.83%로 120억 원을 빌리면서 자신들이 매입한 셀피글로벌 주식 전량(인수일 종가 기준 약 240억 원 어치)을 담보로 맡겼다. 케이앤제이인베스트는 여기에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격이 대출금 대비 160%(약 190억 원)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는 조건도 걸었다.

    문견후 가디언즈인베스트(주식후견인tv) 대표는 "통상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비율을 140% 이하로 잡는데 담보비율 160%는 일반적이지 않다"며 "담보비율이 높을 경우 반대매매를 당할 위험도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오름에프앤비는 주가가 살짝만 떨어져도 빌린 돈보다 훨씬 큰돈을 잃을 수 있음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조건으로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자금을 빌린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의 주요 특징으로 △잦은 최대주주 변경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규사업 진출 △전환사채, 신주 등의 빈번한 발행 등을 꼽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피글로벌 인수 건을 보면 무자본 M&A 인수의 전형을 볼 수 있다"며 "자금 상황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회사를 인수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박경수 변호사는 "무자본 M&A는 회사를 넘기는 입장에서는 과도한 부채를 털어서 좋고 인수자 입장에서는 시세조종을 해 이익을 남기고 (회사나 주식을)되팔 수 있으니 서로 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며 "이런 세력들이 계속 판치는 이유는 손쉽게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오름에프앤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외부에 공개된 연락처는 착신 정지 상태였다. 오름에프앤비가 운영하는 오름곰탕 관계자는 "대표는 지금은 여기(오름곰탕)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가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