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서 "승계 준비" 언급상속세 및 경영권 등 감안하면 세 자녀에 상속 가능성 떨어져스웨덴 발렌베리가 경영 모델 주목… 자회사 경영 독립성 부각최태원 회장 "주주로서 이익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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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언급하면서 향후 이뤄질 승계 방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승계)와 관련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나만의 계획은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시점은 아니라고 언급했지만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최 회장은 1998년 최종현 SK 선대회장 타계 직후 경영권을 물려받아 그룹을 이끌고 있다.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보유 주식 분배 및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우선 재계 시선은 최 회장의 세 자녀에게 모아지고 있다. 세 자녀 모두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서 전략투자팀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이다. 차녀 민정씨는 해군 장교로 복무한 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휴직했다. 이후 미국의 원격 의료 스타트업에서 자문역을 맡았다. 장남인 인근씨는 SK E&S 북미법인 패스키 소속이다.그러나 최 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방식의 경영 세습은 힘들지 않겠댜는 반응이 나온다. 승계를 논할 만큼 나이가 많지 않고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는 만큼 상속된 지분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SK의 지주사인 SK㈜에 대한 최 회장의 지분율은 17.50%에 불과하다. 대기업 지배 지분에 대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6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만 해도 상속세는 1조2천억에 달한다. 사실상 최 회장의 자녀들이 물려받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최 회장은 지난 7월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주주로서의 베네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울 것”이라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스웨덴 최대 기업 발렌베리 그룹의 경영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발렌베리 그룹은 지난 1856년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창업한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이 모태다.발렌베리가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각 자회사의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일임하고, 지주회사 인베스터AB를 통해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또 지주사 인베스터AB는 발렌베리 가문이 운영하는 3개의 재단이 지배한다. 수익 80%는 과학·교육 등에 대한 투자로 환원하고 20%는 재단 내부에 투자하며 사회적 책임에 나서고 있다.최 회장의 세 자녀가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고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미래 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최 회장이 평소 사회적 가치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 온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SK그룹은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이끄는 지배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등 이사회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실제로 SK(주)는 지난 2019년 이사회 고유의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로 제한돼 있던 이사회 의장 자격 요건을 2019년 폐지했다.이에 더해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전문경영인을 평가하고 연임 여부도 결정하게 했다. 총수가 인사 권한을 내려놓은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다.또한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7개 그룹사의 신임 사외이사 13명을 만나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때문에 향후 SK수펙스추구협의회 변화도 관심사다. 수펙스의 역할 변화에 따라 SK그룹의 경영권 승계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판단된다. SK는 2012년부터 산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그룹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결다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수펙스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경우 가족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만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만큼 이를 중점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