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우디,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삼성·LG·SK, 사우디 ‘오일머니’ 이해관계... 이스라엘 지원 부담-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당시 우크라 지원... ‘선택적’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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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발발하기 불과 약 1주일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Tabuk)주를 찾았다. 이 회장은 하얀색 안전모와 형광 안전조끼를 입은 채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네옴(NEOM)’ 프로젝트 현장을 살폈다.총사업비 5000억 달러(한화 약 670조)에 육박하는 네옴 프로젝트는 ‘제2의 중동 붐’으로 불린다. 삼성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10일 종교적 이유로 이-팔 분쟁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했다. 이와 반대로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감행하는 테러를 규탄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발발 당시 삼성, SK, LG를 포함한 한국 대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물적·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이-팔 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침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로이터통신과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600만 달러를 해당 단체에 기부했다. 기부금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구호 물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여의치 않게 됐다. 삼성전자와 벤처캐피탈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이스라엘에 투자한 스타트업만 66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LG도 마찬가지다. 난민구호단체(The Organization for Aid to Refugees, OPU)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5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당국과 협의해 전자레인지, 냉장고, 건조기 등 전자제품 92개를 지원센터 13곳에 기부했다.한편으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사업 기회를 적극 노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LG전자 최고경영진은 지난 6월 사우디 리야드 네옴시티 전시관을 방문해 가전, TV, 모빌리티 등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주문했다.SK그룹은 삼성과 LG보다 두 달 빠른 지난해 3월 긴급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난민 200만명 중 절반이 넘는 120만명이 몰려든 폴란드의 유니세프에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 긴급 구호 성금 1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앞서 SK스퀘어는 이스라엘 의료영상기기업체 나녹스, SK(주)는 이스라엘 자동차 빅데이터 기업 오토노모, SK하이닉스는 이스라엘 AI 반도체기업 뉴리얼리티에 투자했다.하지만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이 지난 5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책임지는 SK온에 1억44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SK그룹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IT업계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돕기 위해 암호화폐 ‘클레이(KLAY)’ 약 300만 개(약 42억원 상당)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하지만 지난 5월 사우디 관광청 APAC 대표가 카카오 판교 사옥을 직접 방문해 카카오와 함께 사우디의 모바일 인프라 구축과 관광 활성화를 논의했다. 카카오는 사우디에 핀테크, 모빌리티, 콘텐츠 등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하고 있어 이스라엘 지원이 고민되는 대목이다.네이버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경제사절단에 동참했을 때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스라엘 지원은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자치행정주택부, 투자부 장관 등이 연이어 네이버 1784 사옥에 방문해 다수의 MOU를 체결한 바 있어 섣부른 이스라엘 지원이 꺼려지는 상황이다.업계에선 정부와 사우디의 외교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0대 총수의 사우디 순방이 이달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 문제에 개별 기업이 대응 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 중동을 배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기업들이 민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UAE, 사우디도 가야 하는데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 있겠냐”면서 “외교적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이 지원하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전쟁이 끝난 후 재건에 나서고 인도적으로 돕자고 하면, 그것도 전경련이나 경제단체가 나서는 것이지 개별 기업이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