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新 중동전쟁 확전 우려하마스 지원 '이란 배후설'… 전쟁 길어지면 유가 급등 불가피유가 100弗 돌파시 국내 물가-금리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상태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맞대응하면서 이틀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다. 이스라엘 남서단에 있는 가자지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와 함께 1994년 이래 공식적인 팔레스타인 자치구로 인정돼 왔다. 이스라엘은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고 현지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이듬해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갈등이 지속됐다.

    양측의 분쟁은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벌어졌던 ‘11일 전쟁(Eleven Days War)’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제 유가 변동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자칫 양측의 분쟁이 주변 중동 국가들로 확전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번 상황은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 사태를 야기했던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과 유사하다. 1973년 당시 유대교 안식일을 틈타 이집트와 시리아를 주축으로 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아랍 석유수출기구(OAPEC) 회원국들은 일제히 유가를 약 70% 인상했으며, 금수조치를 단행하며 석유파동을 불러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하며 향후 중동간 전쟁으로 확산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부르는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의 무장세력이 전쟁에 가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마스의 고위 간부 마무드 미르다위는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WSJ에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지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유가는 급등한 상태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0.08%포인트 오른 4.80%를 나타냈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현물 금 역시 온스당 1,850.52달러로 1% 상승했다.

    미국은 아직까지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악의 경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까지 비화될 가능성까지 나온다. 그간 미국은 대이란 제재를 풀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다시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 국네유가는 100달러는 물론 그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중동 국가로 확산되지 않으면 실제 영향은 없다는 관측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팩트 글로벌 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중동 담당 상무도 "미국과 이란을 비롯해 양측을 각각 지지하는 국가들이 직접 관련되는 중동 지역 전쟁으로 빠르게 번지지 않는 한 유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에너지·원자재 칼럼니스트인 하비에르 블라스는 전날 게재한 칼럼에서 과거 오일쇼크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요 아랍 국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면서 강력한 석유 감산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산유국들도 유가를 소폭 높이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고 미국 전략비축유(SPR)도 상당한 만큼 유가 급등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국내의 경우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하반기 경제에 제동일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