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25년 말 상용화 로드맵… SK텔레콤·현대차 등과 '그랜드챌린지' 추진"25년은 아주 초기 '상용화' 단계… 온 국민 '대중화' 시점은 2030년 전망"전문가 "25년 시범비행도 시기상조… UAM 인증 전례없어 美FAA 승인 오래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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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철도 등의 교통로를 흔히 '혈관'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몸속의 혈관을 통해 피가 끊임없이 순환하며 산소를 운반하듯, 교통로는 운송수단을 통해 각 지역으로 사람과 문화와 자본을 나릅니다. 먼 옛날 수레를 끌었던 사람들은 육지를 넘어 차차 바닷길과 하늘길을 열었고, 이제는 비행기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궁금한 게 많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플라잉카'는 언제 탈 수 있다고요? 속시원한 질문을 대신 던져드리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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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하늘을 나는 미래 교통 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의 2025년 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용화는 사전적 정의로 '일상적으로 쓰이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 뜻대로 2년 뒤엔 길에서 택시를 잡듯 일상에서 UAM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정부는 고개를 젓습니다. UAM이 택시 정도의 존재감으로 자리잡는 시점은 '2030년' 이후입니다.UAM은 전기를 사용해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eVTOL)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저소음 항공기입니다. 명실상부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대표 주자로서 세계 각국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플라잉카' 혹은 '에어택시'가 UAM의 모습입니다. UAM을 이용하면 자동차로 1시간 걸리는 이동시간을 20분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산불 진화나 응급구호 등 공공 목적으로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국토교통부는 2025년 말 UAM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SK텔레콤,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대우건설 등의 민간 기업과 함께 'K-UAM 그랜드 챌린지'를 진행 중입니다. 1단계는 전남 고흥에서 올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체 안전성과 버티포트(이착륙장) 운영, UAM 교통관리서비스 등 통합운영 능력을 확인합니다. 이후 2단계는 수도권에서 내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이어집니다. 서울 김포공항과 여의도, 일산, 잠실, 수서 등에서 UAM을 타고 실제로 비행하게 됩니다.UAM을 띄우려면 가장 먼저 몸통인 기체가 필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체 제조사는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상업 비행용 허가인 G-1 인증을 받았습니다. 조비 기체가 기록한 시속 322㎞의 속도와 241㎞의 비행기록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도 조비에 투자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조비에 1억 달러(1352억 원)를 투자해 2%의 지분을 확보하고, 조비 기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조비와 그랜드 챌린지의 성공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주도는 이달 12일 우리나라 지방정부 최초로 조비·SK텔레콤과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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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 말 상용화까지는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상용화와 대중화를 조심스럽게 구분합니다. 2년 뒤 UAM의 모습에 대해 묻자 국토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2025년도에는 아주 초기 형태의 상용화가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온 국민이 이용 가능한 시점에 대해 묻자 "대중화는 2030년 정도로 본다"고 답했습니다.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현실적인 여러 문제를 고려해 정부가 언급한 2030년보다 더 늦은 시점으로 점치기도 합니다. 항공안전기술원장을 지낸 김연명 한서대학교 항공부총장은 "로드맵에 따른 시범 운영 등은 정부의 약속대로 이뤄지겠지만, 상용화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특정 노선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해도 초기 적자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이 띄우진 않을 듯하다"고 예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을 묻자 그는 "2035년은 돼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국토부가 제시한 시점보다 5년쯤 늦습니다.교통 관련 연구기관의 모 연구원은 "현재 국내 기술력이나 인프라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2025년 시범 비행도 사실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라면서 "우리가 택시나 비행기를 타듯 일상적으로 UAM을 이용하는 (상용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은 더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습니다.관계자들이 상용화 시점을 낮춰잡는 주된 이유가 있습니다. UAM을 띄우기 전 필수로 거쳐야 하는 FAA의 인증 문제입니다. 항공기 안전 인증은 통상 3단계로 구분합니다. 기체가 안전성과 비행 가능성을 갖고 설계됐는지 살피는 형식증명(TC), TC를 받은 대로 항공기를 양산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제작증명(PC), 완성된 기체를 실제로 사용하게끔 개별 항공기에 발급하는 감항증명(AC) 등입니다. 전문가들은 UAM은 새로운 종류의 항공기라서 기존 인증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게다가 이런 연유 때문인지 FAA의 인증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 까다로워 상용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항공 관련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FAA 인증을 받아야만 기체를 띄우는데, 이 인증 과정이 UAM에 대한 전례가 없고 유독 안전성에 민감해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증이 늦어지면 정부의 추진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총장 역시 "항공은 고장이 바로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강도가 높다"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늦어지는 건 사실"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실제로 조비는 애초 내년이었던 UAM 출시 계획을 2025년으로, 대규모 상용화는 2028년으로 늦췄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는 FAA가 UAM을 소형 비행기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으려고 내부 규정을 조정한 것이 원인입니다. 여기엔 UAM의 소음·인프라·안전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여러 개의 복잡한 인증 기준이 얽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관련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인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입니다.다만 국토부는 FAA의 인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도심항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조비의 경우 TC 과정의 마지막인 5단계에 있다. 조종사가 탑승해서 시험 비행을 하는 단계"라면서 "5단계를 통과하면 FAA에서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에 (인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확정지을 순 없지만, 지연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국토부 설명이 맞더라도 우리가 기대하는 택시 정도의 상용화 시점은 여전히 2030년, 혹은 2035년으로 전망됩니다. 정부의 로드맵대로 FAA의 인증을 2025년 초에 마치고 같은 해 말 상용화에 돌입한다면 이로부터 5년 뒤에나 모두가 일상에서 UAM을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업계의 우려처럼 FAA의 인증이 늦어진다면 UAM은 2035년에야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당장 오늘의 출퇴근길이 걱정되는 직장인으로서는 "기술 개발은 알 수 없다. 스마트폰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꿨듯 우리 예상보다 (UAM이) 훨씬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 더 희망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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