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H20 수출규제 … 반도체주 급락민주당 비대면 원격진료 합법화 추진에 관련주 ↑일부 종목, 메자닌 대량 권리행사 … 투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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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한국의 조기 대선 국면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테마주 중심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부 테마주들은 주가 급등에 따라 대규모의 메자닌(CB·BW)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돼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테마주들은 기업 펀더멘탈(기초 체력)과 무관하게 단순 기대감과 뉴스플로우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2477.41)보다 29.98포인트(-1.21%) 하락한 2447.4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3포인트(-0.19%) 내린 2472.78로 출발한 후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711.92) 대비 1.80%(12.81포인트) 급락하면서 700대가 무너진 699.11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증시에서 개인은 612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5952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048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양대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중했다.

    이날 지수 하락을 주도한 업종은 반도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H20 제작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 15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3.46% 폭락해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가운데 수익률 기준 꼴찌를 기록했다. 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테크윙이 –6.50%로 낙폭이 가장 컸고 ▲주성엔지니어링(-5.41%) ▲피에스케이홀딩스(-5.31%) ▲ISC(-4.52%) ▲이오테크닉스(-4.40%) ▲한미반도체(-4.29%) ▲티씨케이(-4.20%) ▲와이씨(-3.84%) ▲SK하이닉스(-3.65%) ▲삼성전자(-3.36%) ▲DB하이텍(3.23%) ▲HPSP(-2.67%) ▲원익IPS(-2.21%) ▲LX세미콘(-1.19%)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리노공업 홀로 보합권(0.00%)에 머물렀다.

    반면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곳은 원격진료 관련주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비대면 원격진료 합법화를 추진한단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 이에 ‘굿닥’, ‘바비톡’ 등을 운영하며 바코드 처방전과 비대면 진료 서비스, 성형·시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랩스는 상한가(29.84%)에 올랐고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오케이닥’을 론칭한 인성정보도 27.20% 폭등했다. 이 밖에 ▲유비케어(13.31%) ▲블루엠텍(12.71%) ▲차바이오텍(7.63%) 등 관련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증시는 국내외 뉴스플로우에 따라 테마별 장세를 펼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해 타국의 선박을 주문할 수 있다고 언급한 영향으로 조선주들이 급등세를 맞은 바 있으며 관세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을 때는 수혜주·피해주·무풍지대 찾기에 분주했다.

    국내의 경우 조기 대선 국면 본격화에 따라 ‘정치·정책 테마주’들이 널뛰고 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이 6월 3일로 결정되자 대선 출마자들과 엮인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또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AI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해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도 AI 산업을 강조하면서 AI 관련주들은 정책 테마주로 부각됐다.

    다만,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테마주 장세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 일부 종목들의 경우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보유 중이던 메자닌 물량을 잇달아 주식으로 전환해 대규모 매물 출회 경고등도 켜졌다.

    시장에서는 테마주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들은 기업 펀더멘탈 기반이 아닌 단기 이슈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재료가 소멸할 경우 대부분 하락한다”며 “뉴스 플로우에 따라 추격매수 하기보다 실적, 수급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M증권 리서치센터는 “정치 테마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테마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