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요구되는 자원 공기업에 이례적 언론인 출신 사장 관련 이력은 과거 비상임이사에 불과해 전문성 '의문부호'8조 넘는 부채 리스크 타개할 재무 전문가도 아니어서 논란 "글로벌 자원전쟁터에서 제대로 대처할지 의문" 비판 목소리
-
- ▲ 한국광해광업공단 본사 전경 ⓒ한국광해광업공단
핵심 광물과 자원 정책을 담당하는 자원·에너지 공기업 수장에 언론인 인사가 임명돼 논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대응해 자원패권 전쟁으로 확산하는 이 엄중한 시국에 임명된 이번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비판이 잇따른다.16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 신임 사장이 강원 원주 본사에서 공식 취임, 3년 임기 업무에 들어갔다.황 신임 사장은 자원·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으로선 이례적인 언론인 출신이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1985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2016년까지 논설위원과 주필 등을 지냈다. 언론계를 떠난 뒤에는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와 단국대 인재개발원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언론인으로서의 경력이 주를 이룬다.과거 황 신임 사장은 광해관리공단 선임 비상임이사와 KOMIR 초대 비상임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다만 비상임이사는 자문 또는 감사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경영 판단과 정책 집행 경험과는 큰 차이가 있다.이에 황 신임 사장이 광업 정책 전체 스트림을 일관적·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기관인 KOMIR를 이끌 수장에 적임자인지를 두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KOMIR는 국가 자원 확보 전략과 광산 환경 복원 등을 담당하는 국내 최대 광물 전문 기관이어서다.더욱이 KOMIR는 현재 8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5조6776억원, 총 부채 8조3224억원으로 자본잠식이 2조6448억원에 달한다. 현재 직면한 재무위기를 극복해낼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나, 황 신임 사장은 대부분의 경력이 언론인으로 자원 업무나 재무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자원 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자원 수출을 틀어막아서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관세전쟁 전선이 자원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호주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고부가가치 중희토류의 전략적 비축을 검토하고 나섰다.통상 전쟁이 자원 무기화로 번지면서, 광물 탐사부터 개발·생산·복구에 이르는 광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지원을 비롯해 희토류 등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망 구축을 담당하는 KOMIR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자원 또는 재무 전문가가 수장을 맡아 조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에 비전문 인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비전문가가 최고 경영자(CEO)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성을 획득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그 사이에 공공기관이 가진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된다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나 광물 등 중요한 변동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익명을 요구한 KOMIR 내부의 한 관계자도 "KOMIR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만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며 "공공기관 인사에서 '적재적소' 원칙이 흔들리게 되면 정책의 실효성은 물론 조직 내부 신뢰와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국가 산업 경쟁력도 해칠 수 있어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해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