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年 4.39~7.13% 은행채 조달비용 증가→대출금리 상승 압박10월 순발행 5.6조… 연중 최고치 이창용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 통화정책으로 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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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무려 16년 만의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긴축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장기물 위주로 채권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대출금리가 오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현재 상단 7%대인 주담대 금리가 8%를 넘는 것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직후 연 5.001%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른바 '뉴 노멀'이 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채권 금리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채권 금리는 미 국채 금리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 이번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5%대 돌파는 국내 채권 시장에 상당한 금리 상승 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국고채 금리 상승이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은행들 입장에선 비용 증가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3.5%)를 6연속 동결했음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19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4.210%로 전일 대비 6bp(1bp=0.01%p) 상승하며 지난 4일(4.231%)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10년물도 4.360%로 전일 대비 7.5bp 상승하며 마찬가지 지난 4일(4.385%) 이후 최고치였다.

    은행채도 상황은 비슷했다. 19일 무보증 5년물(AAA) 금리는 4.773%로 전일 대비 5.7bp 올랐다. 지난 4일(4.796%) 이후 약 2주 만에 최고치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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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금리와 연동된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 대비 16bp 올랐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1월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4~7.134%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고정금리(금융채 5년)도 4.14~6.584%로 나타났다.

    금융권 내에선 주담대를 비롯한 시중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담대의 경우 상단이 7%를 넘어 8%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국채금리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선 은행채 발행이 더욱 늘고 수신상품 금리도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발행통계를 보면 이달 19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이 14조 7000억원, 상환액 9조 1000억원으로 5조 6000억원 순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발행액(4조 6800억원)을 뛰어 넘는 규모다.

    은행채 공급 증가에 따른 발행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지난 19일 KB국민은행이 발행한 15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무보증사채(AAA)의 가산금리는 45bp로 8월 초 대비 28bp 급등했다. 같은 날 발행한 신한은행의 12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사채(AAA)의 가산금리도 45bp로 국민은행과 동일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금융권에서 대거 판매한 100조원 규모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부담이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달까지 연 3.6~3.7%였던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9일 기준 연 4~4.05%로 올랐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발표 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며 "금리인하로 이자부담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는 통화정책 완화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또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부동산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변화를 목표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