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사태'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기업 노심초사 10개월째 승인 안된 기업도 있어…심사 까다로워 5~6개월 이상 소요호황기 대비 낮은 밸류, 심사 지연 등으로 IPO 포기
  • 코스닥 상장을 위해 거래소의 심사를 기다리는 벤처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파두 사태로 상장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장 침체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투심이 위축돼 기업가치(밸류)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45영업일이 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기업(스팩 합병 제외)은 총 22곳으로 집계됐다.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 총액 90억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상장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 중 상장심사가 가장 오래 지연된 곳은 클라우드 컴퓨팅 및 디지털전환(DT) 전문 기업 이노그리드다. 지난 2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청구한 지 약 10개월째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 

    현재 회사는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지난 상반기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NICE평가정보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기술 완성도, 기술제품 경쟁력, 기술인력 수준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기술성 평가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첫 관문일 뿐이다. 거래소는 이와 별개로 전문가 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기술성장기업의 상장적격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기술기반 기업인 경우에는 ▲연구개발 실적 ▲개발단계 입증 자료 ▲기술이전 실적 ▲과거 유사기업 기술개발 및 사업화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한다. 사업모델 기업인 경우에는 ▲사업모델의 완성도 ▲경쟁우위도 및 인적·물적 인프라 확보여부를 중심의 검토를 한다. 

    이외에도 기술성장기업의 경영투명성 및 안정성 심사는 일반 기업과 동일한 질적심사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상장 이후 수익실현 시점까지 경영의 안정성 유지 가능성을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 

    이노그리드 외에도 현재 노브랜드, 엠티오메가, 피노바이오, 이에이트, 디앤디파마텍 등이 반년 넘게 상장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 단계에서 IPO 완주를 접은 곳들도 있다. 메디컬 에듀테크 전문기업 쓰리디메디비젼과 보안솔루션 업체 이지서티, 애드테크 기업 애드포러스 등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IR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업계 분위기에서 예비심사가 어려워졌다는 평이 많다. 심사만 6개월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기업이 많고 최근 투자 수요도 줄면서 기업가치도 예전 호황기 때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IPO 시장이 침체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보증보험을 비롯해 컬리, 케이뱅크, CJ올리브영, LG CNS 등 대형 기업들은 상장을 예고했다가 밸류 문제로 철회한 바 있다.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파두로 인해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심사가 더 보수적으로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심사가 길어지는 대부분이 기술특례상장"이라며 "실적을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상장 적격성을 일반 기업에 비해 더 심층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소는 부실기업 선별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발굴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우선 최근 3년 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에 부실화할 경우,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환매 청구권)을 부과하고 의무인수주식의 보호예수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우수 기술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잡했던 기술특례 상장제도 체계화에도 손을 걷어붙였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화된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개편한다. 혁신기술 트랙은 전문평가기관이 '기술력'을 평가하고 사업모델 트랙은 증권사가 '사업성'과 '성장성'을 평가한다.

    딥테크 등 충분한 시장평가가 있는 첨단기술 분야 기업은 기술평가를 현행 2개에서 1개로 완화한다.

    기술특례 상장 대상 중소기업 범위는 확대한다.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인정되지 못하더라도 일정요건을 충족한 경우 기술특례상장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제도 개선사항은 업계 의견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상장규정 개정안을 통해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상장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해 투자자 보호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딥테크 기업에 대한 단수평가 허용, 특례 대상 중소기업 범위 확대 등으로 유망한 기술기업의 원활한 상장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